책과 세트는 커피다. 간혹 커피를 생략하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는 하나의 의식처럼 꼭 커피를 곁에 갖다 놓는다. 커피가 맛있을 때는 책이 더 재밌게, 책 읽는 행위 자체가 더욱 즐겁게 느껴진다. 친구의 추천으로 요구르트 아줌마에게만 살 수 있다는 '콜드브류'라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오매불망 미어캣처럼 며칠을 두리번 거렸었는데 드디어 만났다. 기다림 끝에 마신 커피라 그랬던 건지 맛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책도 훨씬 재밌게 느껴졌다.
아이스커피를 후루룩 마시며 <다시, 책은 도끼다>를 계속 이어 읽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속도가 더욱 느려지는 것 같다. 이 책은 꽤 오래 천천히 읽을 것 같다. 오늘 1강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무엇을 느낄 수 있는지, 무엇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면 책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나는 무엇보다 책을 읽고 난 후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것이 책으로부터 받은 가장 큰 선물이다. 바뀐 시선이 다른 인생을 가져다준 것만 같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한 곳에만 고정되어 있던 나의 시선을 변화시켰다. 방향도 태도도. 그래서 자꾸만 읽게 된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고, 그중 어떤 것이 또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줄지 모르니까.
그래서 자꾸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에 욕심을 낸다.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을 마구잡이로 해놨는데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도서관에서 희망도서가 왔다는 혹은 상호대차 신청 도서가 왔다는 혹은 예약 도서가 대여 가능하다는 문자가 오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온 문자만큼 반갑고 설렌다. 동생과 동네 산책 삼아 냉큼 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을 찾아왔다. 집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다는 건 정말 크나큰 행운이다.
이번에 빌린 책은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 언급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하여>와 즐겨보는 독서 프로그램인 [비밀 독서단]에서 언급한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이다. 욕심만큼 읽으면 참 좋겠지만 과연 이 책들을 다 읽고 반납할 수 있을까. 하지만 책을 빌려 돌아오는 길의 그 설렘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하는 느긋한 생각도 해본다. 그것 또한 책이 주는 즐거움이고 그 즐거움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니까.
그런데 아직 표지 조차 열어보지 않았다. '도대체 나는 언제 볼 거냐!!!'하는 무서운 눈빛이 책상 한편에서 나를 째려보고 있다.
p.33
책이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시선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어떤 책을 읽고 나면 그렇게 보게 되는 거죠. 그 시선의 변화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 변화가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다시, 책은 도끼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