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생일 선물을 받았다. 예전부터 꿈꿨던 사치, 가죽 북커버를 받았다. 사실 내가 사달라고 했다. 생일 선물을 고민하길래. 가끔 나의 생일이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선물 고르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내가 직접 골라줬다. 당연히 아주아주 맘에 든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북커버가 책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북커버를 보호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가격이 만만치 않고 소재가 가죽이다 보니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값싸고 실용적인 북커버들도 많은데 왜 하필 가죽이냐. 앞으로 어떤 물건이든 오래 쓸 수 있는 걸 갖고 싶기 때문이다. 가죽 제품은 오래 쓸수록 멋스러워지는 소재 중 하나다. 뭐든 이제 오래 쓸수록, 세월이 더해질수록 더욱 멋있어지는 물건들을 갖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내가 사용하는 가죽 제품은 가죽 제품을 만들기 위해 도살된 동물들의 가죽으로 만든 제품이 아니다. 축산업의 부산물들도 만든 제품이다. 나는 되도록이면 동물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가죽 제품이라 비 오는 날에도 조심스럽고 상처 하나에도 아직 흠칫 놀라지만 그래도 좋은 건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내가 읽는 책이 나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숨기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이 소중한 커버를 입게 된 첫 손님은 현재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는 <다시, 책은 도끼다>이다. 이 책은 재미는 있는데 나에겐 좀 위험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자꾸 늘어나고 나의 욕심은 계속 커져만 가고 나의 잔고는 줄어만 간다.
작가는 이렇게 많은 책을 언제 읽으며 또 이렇게 많은 생각들은 언제 하고 언제 다 정리를 하는 걸까. 한 권을 읽어내는 것도 참 벅찬데 그 안에서 많은 의미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악착같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질고 양 모두를 충족시키는 독서가 나는 언제쯤 가능해질까. 부러우면서도 막연한 심정으로 '일단, 지금은 읽자'하고 계속 책을 읽어나갔다. 천천히 그리고 집중해서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p74
쉽게 말해 4D 영화입니다. 시를 4D로 읽으라는 거예요. 2D로 읽지 말고 문장을 일으켜 세워서 바람도 느끼고, 물방울 튀는 것도 느끼면서 읽으라는 거죠.
<다시, 책은 도끼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