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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Oct 22. 2020

우리 집 천둥벌거숭이

  한 달 전 아는 분의 부탁으로 임시보호하고 있던 아기 고양이가 우리 집 가족이 되었다. 평생 주인이 나타나기 전에 또다시 다른 보호처로 옮겨가야 했는데, 남편과 이런저런 대화 후 계속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지만 당분간 어디 여행 가기도 어렵거니와, 한 달간 정든 아기 고양이를 보내기가 어려웠고 아기 고양이와 함께 한다면 매일이 여행 같은 기분일 것 같았다.

  실제로 매일이 여행하는 기분이다. 매일 여독이 쌓인 것 같은 상태.@.@ 솔직히 힘들긴 하다. 아직 2개월밖에 안 된 아기라서 손이 많이 가기도 하고 어찌나 활발한지... 어디든 오르려고 하다 보니 남편과 내 다리는 상처 투성이. 잘 때 얼굴 밟히는 건 예삿일이다.

  그래도 우리 집에 생명이 하나 늘어 조금 더 북적인다. 웃는 일도 더 많아졌고 먹여 살려야 할 아기 고양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소식을 들은 한 친구는 원래 ‘임보’의 뜻이 ‘고양이님 임종 때까지 평생 보호’라고.^^; 정말 그런 것 같다. 임보를 결정했을 때는 한 달 후에 아쉽지만 당연히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마음같지 않았다.

 오늘 연차를 낸 남편과 함께 첫 검진 겸 1차 예방접종을 하러 갔다. 수의사 선생님이 아기 고양이 이름을 물으셔서 ‘천둥’이라고 하며 ‘천둥벌거숭이’의 천둥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웃으시더니, 진찰하는데 천둥이가 여기저기 호기심을 보이며 날뛰니(?!) 왜 천둥인지 알겠다고 하셨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수컷이었다. 귓속도 보고 접종도 했다. 정신없었던 첫 병원 방문을 마치고 집에 왔다.

  내가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은 보호자일까 생각하게 된다.

 곧 결혼 5주년이 다가온다. 가족사진에 작고 소중한 반려묘가 한 마리가 생기게 되다니... 나와 남편의 가족생활도 앞으로는 조금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니 새로운 결혼 생활이 시작되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다.

  환영해, 천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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