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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Nov 11. 2020

몸이 썰렁해지는 계절의 하루

  하루 종일 앉아서 번역을 한 날이었다. 늦은 오후가 되니 몸이 썰렁했다. 천둥이가 자고 있는 허벅지만 뜨끈뜨끈했다. 그러니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조금 열었두었던 창문도 닫았다. 한겨울에도 집안 어딘가의 창문 아주 조금은 열어두는 습관이 있는데 유난히 썰렁함이 느껴져서 그마저도 닫아버렸다.

  따뜻한 걸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천둥이를 옆에 내려놓고 물을 끓였다. 레몬 생강차. 몸을 생각해 쓰다 못해 아린 생강 건더기를 꼭꼭 씹어 삼켰다. 조금 따뜻해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며칠 동안 요가를 못해 몸을 좀 움직여야겠다는 상각이 문득 들었다. 날이 차가워지면 요가하기 전 옷 갈아입을 때가 제일 고비다. 힘겹게 요가복을 입고 요가를 했다. 부장가아사나(코브라 자세)만 40분을 하는 영상이었다. 5분간 유지하고 잠시 쉬기를 세 번 반복한다. 시작과 동시에 천둥이 장난 시작. 가뜩이나 맨살인데 자꾸 깨물어 혼났다. 그러나 두 번째 5분을 시작하니 천둥이도 먼가 차분해졌다. 내 몸에도 열이 나기 시작했다. 세 번째 5분은 천둥이도 조용, 내 몸에도 땀이 송글. 깊은 후굴을 한 만큼 디스크들이 놀라지 않게 가벼운 전굴 자세들을 하며 마무리했다.

  어제의 하루였는데, 오늘 아침 등이 뻐근한 걸 보니 어제 등의 조임이 제대로 행해졌나 보다. 오늘 오전에 기술 번역 한 건, 오후에 웹소설 한 화, 글 한 편, 그리고 12월의 새로운 작업 하나. 꽉 찬 하루였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JLPT 공부를 안 했다. 내일은 꼭 한다. 한 달도 안 남았다. 정신 차려야지. 벌여놓은 일은 수습을 해야지.

  차분하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가만히 생각을 할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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