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에 부득이하게 외출할 일이 있었다. 일요일 저녁에는 다가올 한 주에 매일 해야 할 일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놓는데 월요일 낮 외출을 염두에 두고 일정을 짰다. 그리고 금요일에도 외출로 비워야 해서 그 부분도 체크를 하고 일요일에는 JLPT 시험도 있으니 이것도 고려해서 한 주 일정을 짜고 나니 꽤 바쁜 한 주가 되었다.
요즘 감사하게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 이렇게 정리를 하지 않으면 놓치는 것이 생긴다. 외출을 마치고 들어가는 길에 메일 확인을 했다. 번역 의뢰. 그런데 분량도 많고 다음 주 월요일까지 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도저히 할 시간이 없어 보였다. 죄송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으로 거절을 했다. 왜 일은 몰려오는 걸까... 여담이지만 오늘 오전에 JLPT 시험이 취소되었다. 8월에 이어 또다시 취소. 지난번에는 일찍이 취소되어 크게 아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시험을 일주일 남겨두고 취소되니 애석했다. 공부를 못했다고는 하지만 나름 막판 스퍼트를 위해 번역도 받지 않았는데...
이러고 나니 거절한 번역이 또 아쉬워진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음 기회가 또 있겠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걸 아는 친구가 금요일에 시간을 내겠다는 나에게 황송하다는 우스갯소리 반, 진심 반인 말을 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나니 남이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느낀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그렇다고 회사원이 시간 내주는 건 고마운 일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프리랜서는 모든 시간 일을 할 수 있고 일하는 만큼 벌기 때문에 남을 위해 시간을 내는 만큼 다른 어떤 것을 포기하게 된다. 물론 이것도 일이 많을 때의 경우. 일이 없으면 누구라도 나를 불러내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ㅎㅎ
한 사람이 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라고,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거라고 하는데, 삶 전체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포기한 다른 어떤 것도 같이 온다고 생각하면 누군가가 나와 시간을 함께 보내준다는 것은 정말 친구 말대로 황송한 일이 맞는 것 같다. 시간은 정말 금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