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막바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오늘이 대한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어른(언제부터가 어른일까)이 되고 나서는 대한이 생각보다 춥지 않았던 기억이 많다. 실제로도 대한이 소한보다 덜 춥다고 하니 내 기억이 아주 틀린 것 같지는 않다.
그것보다도 대한이 왔다는 것은 겨울도 저물어간다는 것. 나는 유독 겨울을 좋아한다. 춥지만 좋다. 어떻게든 추위는 방어가 된다. 아무리 옷을 얇게 입어도 물리치는데 한계가 있는 더위와는 다르다. 그리고 추위를 막기 위해 이것저것 껴 입고 웅크려 앉거나 이불을 덮고 있으면 뭔가 아늑하다. 당장 내 소유의 집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이불속에 들어가 있을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겨울엔 이런 상태로 귤과 과자를 끼고 영화도 보고 책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휴식도 없다.
대한이 지나면 이제 겨울을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이미 한참이지만 여전히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장식품도 그제야 다시 창고로 들어간다. 올 겨울부터는 고양이가 있어 거한 장식품은 하지 못 하고 거실 창에 작은 전구를 트리 모양으로 붙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오, 그나마 저 집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네”하고 생각하기를 바라며. 그런데 한 일주일 지났을까? 고양이가 밤새 창에 매달려 잘근잘근 씹어 끊어 놓았다. 그래서 올해는 대한에 정리할 장식도 없어졌다.
겨울철 주요 과일로 항시 구비되던 귤도 딸기에게 자리를 내준다. 어느새 딸기가 겨울철 과일이 되었지만 딸기 하면 아직은 봄이 떠오른다. 마음은 벌써 봄에 가까워졌다.
오늘 아침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과 아침을 먹고 그는 출근을 하고 나는 집에서 나의 일과를 보냈다. 씻고 청소하고 책상 앞에 앉는다. 고양이가 있으니 중간중간 놀아주고 시중들어야(?!) 하는 타임이 많다. 번역을 하고 빨래도 하고 점심을 먹었다. 어제 남편이 먹다 남긴 치킨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때웠다. 그리고 오후에 통대 동기와 동시통역 스터디를 했다. 스터디 후에는 번역을 마저 했다. 그리고 일찍(오후 4시 반?) 퇴근을 하고 고양이가 잠든 안방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뭔가 안정된 하루였다. 그리고 겨울이라 더 아늑한 하루 같았다.
겨울이 곧 끝난다니 아쉽지만 겨울은 또 다가온다. 그때까지 따뜻한 겨울을 위해 나는 또 올해 봄, 여름, 가을을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