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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Jul 16. 2020

괜히 털어놨어...

  생각지 못한 사람이 나에게 속 깊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를 그렇게 가깝게 생각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갑작스러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민을 털어놓을 만큼 나를 편하게 생각해준 것에 대해 고맙기도 했다.

 그 고민을 듣고 나는 계획에도 없던 내 속마음도 하나 털어놓았다. 나만 받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말하고 아차 싶었다. 나는 상대방을 그 정도로 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저 그 사람이 나에게 자기의 비밀 같은 고민을 이야기해줬기에 나도 무언가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거절을 잘 못하고 누군가에게 무얼 받고 갚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게 잠이 안 온다. 물질적인 부분에서만이 아니라 마음을 받아도 마음으로 돌려주어야 안심이 된달까.

 그런데 막상 이렇게 하고 보니 후회가 된다. 이런 마음을 오늘 친한 친구에게도 이야기했다. 내 비밀도 하나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 말했는데 괜히 말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미 뱉은 말이기에 주워 담을 수 없지만...

 스스로를 위안하자면, 이렇게 쉽게 털어놓은 속 이야기라면 사실 나 스스로 그렇게 깊게 고민하던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가 남에게 말 못 할 정도의 고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앞으로는 꼭 받은 대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상대방이 나에게 꼭 무얼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같은 것을 내주지 않는다고 실망할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의도 자체가 불순했던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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