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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Jul 22. 2020

뒤늦은 졸업 기분

소속이 사라져도 두려워하지 않기

 2월 졸업 시즌에 코로나가 갑자기 심해져 학위복도 입지 못했는데, 반년이 지난 7월에 드디어 학위복을 입어 보게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코로나는 여전하지만, 사전 신청에 사전 건강 체크, 현장 체온 측정 등 철저하다 싶을 만큼 여러 절차를 거쳐 학위복을 입어 볼 수 있었다. 전/후기 졸업식을 함께 하는 것도 결국은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간단히 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니, 코로나가 태풍은 아니지만 이대 앞 상가들엔 마치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조용하고 휑했다. 빈 점포도 많고 무엇보다 언제나 이대 앞을 메우던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라졌다. 더불어 가장 호황이었던 화장품 가게도 함께 사라졌다.

 비 오는 길을 저벅저벅 걸어 정문에 들어섰다. ECC로 가니 비가 오는데도 비를 맞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한 분이 다가와 사진을 부탁했다. 삼각 후드 색깔이 흰색인 걸 보니 통대 분인 것 같았다. 괜히 반가워 통대 분이냐고 묻고 서로 축하했다.

 학위복을 빌리고 오늘 만나기로 한 몇몇 동기들과 점심을 먹고 차도 한 잔 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미 졸업 기분은 사라졌는데도 우리가 공부하던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새삼스럽게 공부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리고 앞으로 과연 올 일이 또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벌써 그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것은 한 사람에게 많은 임무와 추억과 마음가짐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그저 말로 ‘소속’되어 있다고 하면 보호받는 느낌도 들고 안정감도 느낀다. 그래서 어떤 소속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새 출발을 하는 설렘과 동시에 불안함도 있다. 특히 프리랜서, 특별한 소속이 없는 상태로 출발을 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졸업이란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가 되든 다른 어딘가에 다시 소속이 되든 이젠 충분한 자격이 되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이미 새 출발의 다짐을 한지 오래되었지만 오늘 학위복을 입으니 또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 힘내자 나의 존버 라이프!!!


흡사 호그와트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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