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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Aug 02. 2020

진짜 맛집

식당에서는 음식값만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동네엔 식당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에 도시락집이 있다. 매장에서는 먹을 수 없고 사가거나 배달을 시켜 먹는 곳이다. 처음 이 동네에 이사를 왔을 때 남편이 출근하는데 지하철역 입구에 샌드위치를 팔고 있는 가판을 보고 신기해서 인스타그램 주소를 찾아보았더니 집 근처에 가게가 있었다.

 그 후 언젠가 도시락을 사 먹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인스타 계정을 보는데 그날은 마침 문을 열지 않았다. 언제 여나 봤는데 가게 문을 여는 날이 일정치 않다. 그러더니 어느 날은 또 반찬을 판다. 자주 사 먹고 싶었는데 문제는 부정기적인 영업시간. 인스타에 매번 올라오는 영업시간 글을 확인하고 가야 했다.

 그런데도 시간 확인해가며 이 집을 찾아가는 것은 항상 웃는 얼굴로 요리에 열중하고 있는 사장님이 좋아서다. 맛은 기본이었고 미리 부탁한 도시락을 찾으러 가면 항상 분주하게 요리하면서도 웃으며 맞이해주신다. 음식은 당연히 맛있다. 이제는 영업시간도 어느 정도 일정해졌고 일요일이 되면 다음 한주의 메뉴가 올라온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에게 한 번씩 대접하고 싶을 정도.

 나는 진짜 식당에서도 음식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같아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를 무슨 왕 대접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힘들여 일부러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마음 대 마음으로 감사함이 전달되었으면 한다는 거다. 간혹 맛집으로 소문나서 가면 먹을 거면 먹고 아님 말라는 식으로 퉁명스러운 곳들이 있다. 어차피 아쉬운 건 손님이 아니냐는 태도. 아니다. 솔직히 그것 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뭐. 음식값을 지불할 때 내는 ‘부가가치세’가 실제로는 어디에 쓰이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받을 서비스값이라 생각하고 낸다. 부담스럽게 옆에 와서 무릎 꿇고 주문을 받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다. 그 많은 식당 중에 우리 식당을 택해줘서 고맙다는 마음 정도. 결국 마음을 몽글하게 만드는 그런 가게 음식이 더 맛있개 느껴지고 설령 특별히 맛있지 않아도 또 찾게 되는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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