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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Aug 03. 2020

날파리, 너란 녀석 정말...

 요즘 내 최대 스트레스는 통역도 번역도 아닌 ‘날파리’다. 집에서 번역을 하다가 주변에 유난 떨며 날아다니는 날파리 때문에 집중이 깨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름 여름에는 바나나 같이 초파리가 잘 꼬이는 과일은 사지도 않고 실온엔 거의 먹을 것을 두지 않는데도, 이 날파리가 어디선가 계속 나타난다. 빠르기는 또 초파리만큼 빨라서 잡기도 힘들다. 처음에는 초파리인 줄 알았는데, 친구랑 이야기하다보니 초파리가 아니었다. 붉은 빛이 없는 걸로 봐서는 말이다. 날파리의 생식 활동인지는 몰라도 두 마리가 쌍으로 날아다니는 것도 여러 번 봤다. 쌍으로 날아다니는 날파리를 놓쳤을 때는 어느 때보다 분함을 느낀다. 고작 날파리에 분해하고 날파리와 싸우고 있는 내가 너무 소인배처럼 느껴졌지만, 모르겠다. 너무 싫다.

 날파리만 보면 잡을 생각부터 하고 잡고 나면 약간 희열(?!)을 느끼는 내가 한편으로는 희대의 ‘살충자’ 같고 그 와중에 번식의 임무를 수행하며 열심히 사는 날파리를 내가 이렇게 보는 족족 잡는 것이 너무 극악무도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단 눈에 띄면 인정사정없이 잡고 본다. 날파리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나면 몸 어딘가가 괜히 가려운 것 같고 집중은 금세 깨진다.

 이런 날파리를 보며 뭔가 느낀 점이 있어 이 글을 쓴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오늘은 그런 것도 없다. 날파리가 모기만큼이나 여름날의 불청객이 되었다. 장마가 길어지고 흐린 날이 많아서 더 예민해진 걸까... 긴 장마의 울적함을 이렇게 사디스트처럼 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여름엔 휴가를 가고 휴가에서 이런 일상의 짜증을 풀어야 하는 건가... 날파리에 대한 얄미운 마음에서 시작해 휴가에 대한 열망으로 의식이 흐른 오늘의 일기 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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