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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Aug 07. 2020

직장인 스케줄로 일해보기

 대개 식탁에서 일을 한다. 이것저것 펼쳐놓기도 좋고 bgm으로 텔레비전 소리가 나는 것이 좋아서. 그런데 이번 번역은 문장들이 한눈에 잘 안 들어와서 백색 소음이 진짜 소음이 될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 방에서 해보기로 했다.

 주로 남편이 쓰는 작업방인데 책상은 두 개가 있다. 다만, 다소 좁기 때문에 우리 둘이 모두 동시에 작업을 하면 답답한 느낌이 들긴 한다. 어차피 남편 출근한 일과시간이니 오늘은 방에서 조용히 해보기로 했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에 직장인 스케줄로.

 아침에 남편 출근하고 집 청소를 마치고 책을 좀 보다가 9시가 다 되어 방으로 출근 끝. 본격 번역 시작. 새로운 텍스트 번역이 시작되어 처음에 시간이 꽤 걸린다. 모르는 용어들이 한 무더기 있어 일일이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오전에 생각보다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약간 지겨워질 때쯤 라디오를 켰다. 마침 금요일이라고 사연을 읽지 않고 추억의 싸이월드 시절 인기 음악 들을 틀어 주었다. 오랜만에 Ne-yo 음악이... 흥얼거리며 기분전환을 하고 번역도 점차 속도가 붙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2시. 나도 직장인처럼 거실로 나가 점심시간을 갖는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어제 먹다 남은 떡볶이와 튀김. 삶아 놓은 계란도 하나 곁들여 맛있게 완식. 티비를 조금 보며 휴식했다.

 1시가 다 되어 다시 사무방(!!)으로 돌아왔다. 이젠 본격적으로 속도 내어 번역을 해야 할 때. 그런데 시간이 시간인 만큼 졸리다. 그리고 생각났다. 직장인 시절의 이 시간대 컨디션이...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도 약간 귀찮아져서 껐다. 잠을 깨야 할 것 같아 냉장고를 기웃거리다가 과일 음료를 하나 들고 다시 착석.

 나름 오전부터 앉아있어서 그런가 약간 찌뿌둥하다. 스트레칭을 하다가 뒤에 있는 남편의 바퀴 달린 사무용 의자가 탐이 난다. 의자를 바꿨다. 상콤한 음료와 새로운 좌석감(?!)으로 다시 번역에 열중했다. 다시 집중이 잘 되어 이후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번역을 했다. 그리고 문득 시계를 보니 5시가 넘었다.

 오늘 하고자 하는 분량이 있었기에 6시까지 다 하고 싶었다. 금요일이니 나도 칼퇴를 해야겠다. 마지막 집중력까지 짜내어 다 하고 나니 5시 45분쯤. 금요일이니 15분 일찍 퇴근하기로 하고 거실로 퇴근.(5초 컷) 하루 종일 앉아 있어 고통받은 허리를 위해 40분 정도 요가를 했다.

 꽤 기분 좋았다. 직장인처럼 규칙적으로 일을 하는데 눈치 볼 사람은 없고 나름 효율도 좋았기에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한 집 안인데도 거실에서 방으로 장소를 조금 옮기니 기분도 새로워지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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