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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Aug 11. 2020

블랙홀 같은 올해

 요즘은 자기 전에 ‘이거 지금 빗소린가?’라고 생각하다 잠이 들고 자다 새벽에 깨면 ‘지금 또 비가 오고 있는 건가?’ 하다가 아침에 깨서 밖이 약간 어둑한 것 같으면 ‘지금 웅웅대는 소리도 혹시 빗소리?’하며 하루 종일 비 생각뿐이다. 심지어 요즘은 코로나보다도 장마 얘기가 더 이슈고 더 심각한 문제가 된 것 같다.

 확실히 햇빛을 자주 보지 못하니 약간 처지는 것 같긴 하다. 기분도 기분이지만, 바닥에 쩍쩍 붙는 발바닥, 물을 흘린 줄 알 만큼 축축한 바닥, 결국 보일러를 돌려 말리는 바닥, 해가 뜨길 고대하며 버티다 어쩔 수 없이 한 빨래를 제습기 도움받아가며 말렸는데 말랐지만 젖은 것 같은 세탁물들, 건조기를 사야겠다고 다짐하는 매일, 이런 보다 구체적인 생활 모습 자체가 사람을 참 지치게 한다.

 항상 느끼지만 겨울엔 추위 방어가 어느 정도 완벽하게 되지만, 여름에 더위 방어, 특히 후텁지근한 더위 방어는 한계가 있다. 에어컨을 틀면 해결되는 문제긴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말이다. 여름엔 옆사람과 가까이하기보다는 멀리 하는 계절이니까. 그런데 이렇게 되고 나니 8월의 뜨겁고 습한 더위도 괜찮으니 제발  비만 그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그리고 잘 나가지도 않지만 나갈 때마다 길에 물 웅덩이가 많아서 약간 긴 리넨 치마나 바지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다시 가을 겨울 옷 정리할 때 들어가게 될 판이다. 매일 반바지만 입는다. 블로그를 통해 아는 분이 작년 한 해 옷 안 사기 도전을 성공하는 걸 보고 나도 올해 해봐야지 하고 시작했는데, 이건 뭐... 상황이 이러니까 너무 쉽게 달성중이다. 상반기는 코로나 때문에 잘 나가지 않아 옷 살 일이 없었고 여름도 비가 너무 와서 나가기 힘들어 새 옷이 필요하다 느낀 적이 없었다. 이젠 가을 옷들이 나올 때일 텐데, 이렇게 7-8개월 보내니 쇼핑몰 계정들은 휴면계정이 되었다는 메일이 날아오고 있다.

 올해를 결론짓기엔 아직 이르지만 올해는 참 정말... 블랙홀 같은 해인 것 같다. 나중에 올해를 생각하면 어떤 감상이 들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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