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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Aug 14. 2020

수고했어 남편아

 오늘로 남편이 지금 회사에서 일한 지 만 3년이 되었다. 회사야 어느 집 남편이나 다 다니는 거지만, 우리 집은 처음부터 회사원 남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에겐 조금 각별한 느낌이다.

 회사라고는 하지만 조금은 자유로운 스튜디오지만... 어쨌든 소속이 없던 프리랜서에서 어딘가에 소속된 직원이 된 것이니 3년 전 처음 출근한 날은 본인에게도 꽤나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실로 오랜만에 직장인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당시 나는 통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회사 다니며 모아두었던 돈으로 입시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갑자기 큰 재정 압박이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의 입장은 그게 아니었을 것 같다. 말은 안 했지만 아마 내가 입시 생활을 시작한 1월, 아니다, 입시를 위해 퇴사를 결정한 그 전 해 11월부터도 남편은 어쩌면 어딘가에 안정적으로 다니고자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회사에 다니기로 결정이 되고 나에게 말을 했는데, 듣고는 만감이 교차했다. 고마움과 미안함과 약간의 기특함과 멋짐과 뭐 아무튼 등등... 의료 보험 직장 가입자가 된다는 것도 사소한 것 같지만 솔직히 굉장히 마음이 편해진다. 퇴사할 땐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낀 것이 4대 보험의 소중함(;;;)이었다.

 아무튼 그 이후로 나도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공부를 했고 남편은 지금까지 그곳에 잘 다니고 있다. 당시 마침 이런 남편에게 좋은 자리를 소개해준 귀인 같은 분과도 여전히 잘 지내고(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이제는 남편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귀인이 되어 주기도 하고 좋은 회사 반려묘(!!)도 만나고... 힘든 일도 있었겠지만 ‘나’라는 피부양자를 위해 열심히 해주고 있다.

 오늘 낮에 남편한테 ‘오늘이면 거기 다닌 지 3주년 아니야?’ 하며 물었다. 덤덤하게 맞는 것 같다고 대답하는 그. 회사 생활이란 것은 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이 든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 끝을 정한다고 해서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 끝이 정해지는 것은 당연히 괴로운 일. 묵묵히 잘 버텨줘서 고맙고 또 든든하다. 흠... ‘든든하다’라는 말 말고, 중국어에 ‘踏实’라는 단어가 있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든든하는 뜻이지만, 든든하다로 번역하기엔 아쉬운... 뭔가 더 방패 같은 든든함이 느껴지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런 ‘踏实’한 기분. 주말에 맛있는 것 먹으며 몸보신 하자. 우리끼리 축하하자. 항상 고마운 이. ;)


남편의 최고 회사 동료 땅콩이도 함께 축하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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