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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Aug 15. 2020

그때 그 선생님

 소설 <창가의 토토>를 보면 토토라는 아이도 아이지만, 도모에 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정말 대단한 교육자란 걸 느끼게 해 준다. 이 소설을 보면서 갑자기 떠오른 선생님이 한 분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

 그분은 임용 패스를 하고 갓 부임하여 우리 반을 맡으셨다. 사회 과목이었나... 어느 날 수업 중 교과서에 백화점이 나왔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수업 시간에 백화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선생님께서 갑자기 “우리 백화점 견학을 가볼까?”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반 아이들이 모두 들썩였다. 갑자기 소풍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이 온 반이 들떴다.

 우리는 선생님이 간다고 하면 갈 수 있는 줄 알았지만,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사실 당시엔 한 반에 거의 40명이었기 때문에 인솔도 쉽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가야 하는 것도 아닌 백화점을 굳이 견학한다고 하니 쉽게 허락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 그 견학 때문에 그 날 하루는 다른 과목도 수업 자체를 못하게 되니까.

 그런데 어떻게 어렵게 허락을 받았고 같은 학년에 다른 반은 가지 않는 백화점 견학을 우리 반만 가게 되었다. 여느 날과 같이 등교를 해서 선생님께 주의사항을 듣고 내 기억으로는 출발 전에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실에 한 번 더 들렀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버스(그렇다... 시내버스...)를 타고 당시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백화점에 갔다. 백화점에 가서는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그날 가져갔던 용돈으로 식품 코너에서 무언가를 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집에 가서 여전히 흥분한 상태로 엄마한테 계속 백화점 이야기를 했다. 처음 간 백화점은 아니었지만, 반 전체에 담임 선생님과 함께 백화점 견학을 가는 것은 실로 드문 경험이다. 아마 백화점 입장에서도 매우 놀랐을 것 같다.;; 우린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2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아마 당시 나에겐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때 담임 선생님은 아마 첫 부임한 새내기 선생님으로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해본 지금, 그때 다른 반 담임 선생님들은 우리 선생님을 말리거나, 어쩌면 과한 일을 벌인다고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선생님도 막상 견학이 끝나고 나서는 너무 힘들어 다시는 이런 활동은 하지 말아야지... 하고 느끼셨을지도 모른다.

 오늘 선생님 생각이 나서 교육청 사이트에 스승 찾기 코너에서 선생님 성함을 검색해봤다. 성이 독특하셔서 내가 찾은 그분이 아마 나의 담임 선생님이었던 분이 맞을 거라 확신한다. 여전히 교단에 서고 계셨다.

 선생님은 그때 그 백화점 견학을 어떻게 기억하실까. 어쩌면 나처럼 조금은 황당하지만 새내기 교사니까 해볼 수 있었던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시진 않을까. 나란 아이를 기억하지는 못해도 백화점 견학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 내가 선생님의 첫 제자 중 한 명이었다고는 생각하실 것 같다. 선생님에게도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임은 틀림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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