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통일하기
번역에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오늘 유난히 애를 먹은 부분은 어려운 용어도, 이상한 문장도 아닌 ‘용어 통일’이었다.
출발어의 한 용어를 도착어의 한 용어로 통일하여 번역하는 것이 뭐가 어려워서 그러나 싶을 수 있지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물론 용어 통일은 ‘찾기’-‘바꾸기’로 한꺼번에 하면 되지만, 문제는 어떤 용어로 통일을 할 것이냐 하는 것.
텍스트에 어떤 용어가 처음 나왔을 때 AA라고 번역을 하고 있었는데, 점점 하다 보니 분위기가 쎄-해서 BB로 바꿨다. 물론 앞에 AA로 했던 것을 다 찾아 BB로 바꿨다. 그런데 좀 더 하다 보니 AA가 좀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또다시 전부다 AA로 바꾸려면 번거로우니 일단 이다음부터는 AA로 하고 BB로 남아 있는 부분은 윤문 할 때 통일하자고 생각하며 번역을 해나간다. 마지막까지 번역을 해보니 그냥 BB가 낫겠네... 하며 윤문 할 때 AA로 번역된 것을 모두 다시 BB로 수정한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AA도, BB도 아닌 CC로 전부 바뀔 때도 있다.
하... 이 상황에 질리고 만다. 윤문도 사실 용어 통일이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한 텍스트 안에서도 원문 상의 같은 단어가 한국어로는 서로 다른 단어로 번역된 것이 자연스러울 때도 있지만, 텍스트에서 반복되는 명사 형태의 주요 용어는 한 번에 용어를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꽤 있다. 차라리 전문 용어는 이런 경우가 별로 없다. 또 기술 번역에서 자주 있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이 용어 통일로 몇 번을 애먹으며 윤문을 마쳤다. 윤문이 끝나니 기운이 쭉 빠졌다. 정말 하얗게 불태운 것처럼 배고픔이 몰려왔다. 오늘도 밥값은 했구나... 싶기도.
이것도 경험이 좀 더 쌓이면 좀 나아지려나... 아니면 경험이 많아질수록 번역 도중에 용어를 바꾸고 싶어도 일단 넘어가고 마지막에 그 용어에 대해서만 곰곰히 생각하고 통일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될까... 왠지 이것도 성격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번역 도중에도 폰트를 계속 맞추고 정리를 하며 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초벌 번역에도 시간이 약간 걸리는 편이다. 경험이 쌓이면 이런 집착이 좀 사라질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