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통역 입문
동기의 소개로 첫 화상 통역에 입문하게 되었다. 통역은 아무리 간단한 내용이라고 해도 시작하기 전까지 긴장이 되는데, 화자와 청자가 내 주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화면으로 연결이 된다고 생각하니 서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봐 더 긴장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대세라면 적응하는 것이 인지상정.
어제 동기와 줌 연결을 해보며 장비(태블릿) 테스트를 하고 자료 준비를 하면서 통역 환경을 세팅해두었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커다란 아이맥은 자료를 붙이는 게시판이 되었다. 대개 순차 통역에는 테이킹 노트 정도만 필요하다. 자료를 사전에 보긴 하지만 통역할 때는 볼 새가 없다.동시통역에는 자료와 노트북, (자료가 피피티일 경우) 태블릿 정도가 필요하다. 자료만큼 중요한 파트너 선생님이 옆에 있으니 든든한 면도 있다. 그런데 화상 통역에는 자료, 테이킹 노트, 검색용 노트북, 줌 연결할 태블릿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도구가 펼쳐지니 책상이 꽉 찬다.
오늘 오전 자료를 다시 한번 훑으며 체크를 하고 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본격 시작 전, 관리자가 나를 불러 대답을 했는데 내 소리가 상대방에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어폰은 항상 쓰던 것이라 아무 의심하지 않았는데 마이크에 문제가 있었나보다. 급한 대로 이어폰을 연결하지 않고 태블릿 오디오와 마이크를 사용했더니 잘 되었다. 다행히 음질이 나쁘지 않아(특히 중국 측 오디오 음질이 괜찮았다) 그대로 진행했다.
본격 통역이 시작되었다. 일단 시작되면 긴장이고 뭐고 느낄 새가 없다. 목이 마른 지 더운지도 느낄 새 없이 귀와 입에만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가버린다.
다 끝나고 나니 기진맥진. 목도 칼칼하고 식은땀도 났다. 그래도 무사히 마쳤다는 것이 내 내면에 자신감을 채워준다. 그렇지만 눈에는 더 이상 초점이 없다. 기력을 다 했다. 그만큼 최선을 다 한 것 같아서 좋다. 계속 번역하다가 통역을 해서 그런가 더 애정이 갔다. 이렇게 지친 상태에서 1초 만에 (거실로) 퇴근할 수 있는 것도 큰 행복. 다시 충전해서 내일도 힘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