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면접에서였다. 나에게 전문용어를 어떻게 공부하냐고 물었다. 이 질문을 받고 난 잠시 생각했다. ‘뭔가 창의적인 답변을 원하나?’
지어낼 말도 없었기에 사실 그대로 주로 검색으로 해당 분야 배경 지식을 습득하고 요즘엔 영상 자료도 많이 본다고.
그 사람은 다시 물었다. “전문 용어 공부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하... 노하우라... 저 사람은 지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공부법을 듣길 원하는구나...’ 정말 누구도 모르는 특이한 공부법이 있었다면 “이건 이 자리니까 말씀드리는 건데요...” 하고 말했을 텐데, 나에겐 그런 것은 없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최대한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서 본다고.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고. 그리고 이어지는 면접관의 실망한 표정.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같은 말도 좀 더 듣기 좋게, 그러니까 특별한 노하우가 없더라도 최대한 많은 자료를 자세히 보는 것이 노하우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실수라면 실수겠다.
하지만 내가 말한 용어 공부법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낯선 자료들을 열심히, 꼼꼼히 공부하는 것만큼 효과적으로 용어를 공부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찾은 용어들을 텀 리스트로 정리하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이고 사실상 시간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열심히 공부한 사람만큼 제대로 준비하기 어렵다.
해당 분야를 통번역 해본 사람에게 정리된 텀 리스트를 받아서 공부한다면? 급할 때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짧은 시간 안에 핵심 용어라도 파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 시간 들여 공부했을 때보다는 휘발성이 강해 오래가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텀 리스트라도 앞뒤 문맥이 필요한데, 남이 정리한 리스트는 그 사이 맥락을 알기 어렵다. 전교 1등의 요약정리를 본다고 무조건 100점을 받기는 어려운 이유다. 내가 정리한 내 리스트가 가장 강력한 무기 아닐까.
이 면접에서는 당연히 떨어졌다. 헤드헌터의 제안으로 본 면접이었고 어차피 프리랜서 인생이라 난 다시 내가 할 번역 앞에 돌아왔다. 다른 면접에서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좀 더 듣기 좋게, 평범하지만 최고의 노하우라며 이야기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