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올해 차를 사면서 운전을 다시 시작했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차를 없앴는데 다시 차를 사기로 한 건 우리에게 큰 결심이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여러모로 잘 활용하고 있다. 올해 한 소비중 가장 잘한 소비라는 생각도 한다.
내가 처음 운전을 한 건 대학교 4학년 때였다. 면허도 그때 따고 차도 바로 몰게 되었다. 당시에도 내비게이션이라는 것은 있었지만 아빠는 내비게이션을 달아주지 않았다. 거의 학교, 집, 자주 가는 몇몇 스폿들만 다녔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다. 운전에 적응을 하고 나서는 나름 능숙하게 운전을 하고 다녔다.
대학 졸업 후엔 유학도 가고 서울 생활을 하며 거의 10년간 운전할 일이 없다가 올해 다시 운전을 시작한 것. 서울에서의 운전 자체가 너무 두려웠지만, 막상 시작하니 더 걱정인 것은 운전 자체보다도 내비게이션을 보며 운전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감히 어찌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네비에 한 눈을 팔 수(?!) 있겠냐고 생각했다. 주차는 오히려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아서 어렵지 않다.
요즘은 항상 남편이 옆에 타고 있어야 운전을 할 수 있다. “여기 맞아?” “이 길로 나가라는 거야?” 묻기 정신없다. 네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네비를 보고 나에게 알려주는 대로 간다는 편이 맞겠다. 나는 그저 손과 발을 핸들과 페달에 얹어 놓고 있을 뿐.
그러다 보니 대체 예전에는 어떻게 운전을 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들 서울에서는 어떻게 운전을 하고 다니는지 감탄스러울 정도다. 만약 예전에 처음 운전을 시작했을 때 내비게이션을 보며 운전을 했다면 지금 좀 나았을까? 그보다도 서울의 복잡한 도로 자체가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것일까. 다른 차에 피해 주지 않으려다 보니 끼어들기가 무슨 죄짓는 기분일 때도 있다. 휴...
언제쯤 서울에서 혼자 운전하고 다닐 수 있으려나. 운전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나. 편하게 직진할만하면 나타나는 출구와 자동차 전용 도로와 합쳐지는 도로... 어떻게 하면 당황하지 않고 내 갈길을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