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일을 하다가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갈 즈음 창문을 열다가 나도 모르게 “엇!” 하고 소리를 냈다. 정말 동화에서 본 것 같은 선명하고 둥근 무지개가 떠있었다. 누군가 나 보라고 만들어놓은 것처럼 정면에 무지개가 있었다.
순간 이건 휴대폰 카메라로 찍을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남편 책상 위에 카메라가 있나 보았지만 없었다. 아쉬운 대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가족들에게 사진을 보냈다.
가끔 소나기 내린 뒤 뜬 무지개를 본 적은 있지만, 무지개의 빨주노초파남보가 모두 보이는 것 같은 무지개는 처음이었다. 책상 의자에 앉아 멍하니 쳐다봤다. 그 무지개를 보기 전에 갑자기 요란한 소나기가 내려서 돌아다니며 집안 창문을 모두 닫았다. 그러다 그친 것 같아 창문을 열자 무지개가 보인 것.
오늘 이 무지개 본 것에 대해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다. 이를테면 비 온 뒤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지금 힘들지만 좋은 날이 올 거라는 구태의연한 이런 의미. 그냥 순수하게 무지개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고 갑자기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가 보고 싶어 져 한 번 보고 나니 더 이상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고 싶지 않을 만큼 기분이 밝아졌다.
감성적이고 예민해서 작은 것에도 쉽게 기분이 가라앉지만, 이렇게 작은 것에 쉽게 기분이 좋아지니 내 성격이 마냥 나쁜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