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전봇대에서 떨어졌던 그 소녀 그대로이다.
220 볼트에 감전되어 죽을 뻔했으며
아빠 손을 놓쳐 공사장에서 흙을 파 먹었고.
커서도 또 아빠 손을 놓쳐 겨우 집에 찾아 돌아오기도 했다.
뛰어다니길 좋아해서 무릎은 성할 날이 없었고,
목소리는 너무 커서 늘 선생님께 혼났다.
주전자의 물을 따를 때는 꼭 한 번은 흘렸고
우정 이상 사랑 이하였던 첫사랑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설레기도 했다.
나는 첫 아이를 낳을 때 고통과 그 아이를 안았을 때 신비로움을 잊을 수 없다.
둘째는 양수가 터져 한 달 전 급히 수술로 낳았고,
셋째 때는 노산이라 모든 것이 두려웠다.
결국 애들은 클 테고 나는 늙어서 죽음을 앞둔 채 침대에 누워있겠지.
이 모든 것이 나라는 것이 신기하다.
나는 아직 여전히 그대로인데..
속상하면 엉엉 울고,
신기하면 빤히 쳐다보고
기분이 좋으면 깔깔 웃는 나는 그대로인데..
어른이 될수록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뜻대로 되는 일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아직 나는 어릴 때 그대로이기에 견디기 힘들다.
늙어가는 외모가 슬픈 것이 아니다.
내 영혼에게 힘든 상황들.
그럼에도 꿋꿋이 버텨내야 하기에
원래의 내 모습대로,
엉엉 울고 싶지만
속으로만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