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쟁이김작가 Jun 28. 2021

우리의 300일을 축하하며!

장꾸미넘치는 아들이 벌써 300일이라니!

오늘로 딱 300일이다.


남편과 나를 반반씩 닮아 무럭무럭 자라준 아들이 어느덧 10개월 아기가 되었다. 10달 내내 나를 괴롭히던 입덧을 선사해주더니 태어나서는 별 탈 없이 잘 자라주고 잘 먹는 아이가 되어 통통하게 살도 오르고 폭풍성장 중인 아들이다. 100일 전후로 한 번 크게 아팠던 아들은 병원 다녀오고 나서 한층 더 성장했고 200일에는 감기 때문에 또 한 번 고생하더니 이제 300일이 되니 더 아프지 않고 여기저기 서서 걸어 다니려고 쿵쾅 거리기 일쑤가 됐다. 덕분에 내 시선은 늘 아들에게 가있어야 하지만.


처음 차가운 수술방에서 마취된 상태라 몽롱한 내게 간호사 선생님이 안겨준 아들은 비현실적이었고 우렁찬 울음소리만이 내가 이 아기를 낳았구나 느끼게 해 줬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난 눈물도 처음엔 나오지 않았다. 그저 내가 낳았나 싶었다.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뱃속에서 쑤욱 아기가 빠져나갈 때의 아련한 느낌이 아직도 선명한데 그 아기가 벌써 서서 걸어달 준비를 마치고 힘을 내는 모습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그렇게 비현실적인 아기였는데 이젠 존재감 뿜어내며 여기저기 거실을 활보하고 소파에 어질러진 옷가지들 속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리모컨을 잘도 찾아내며, 그 리모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유심히 관찰하는 아기가 됐다. 커다란 동그라미 버튼을 누르면 꺼지고 켜지는 건 어떻게 아는 건지. TV를 보여주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켜면 디즈니를 틀어주곤 하는데 음악이 흘러나오면 그것대로 즐기는 흥 많은 아이. 너의 흥은 어디서 온 거니?


보통 12시간 가까이 통잠 자주고 이유식도 꼬박꼬박 다 잘 먹어서 배고프지 않게 해 주면 혼자서도 잘 노는 아들이라 신기하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간격으로 맘마를 찾았던 신생아 시기엔 정신없이 아기에게만 몰두하느라 그 힘듦이 얼른 지나가기만 기다렸는데, 앞자리가 300일이 되고 보니 내가 이 아이를 품에 얼마나 많이 안아줬던가 하고 되새겨보게 된다. 더 많이 훌쩍 커버리기 전에 지금의 사랑스러움을 가슴에 새겨두고 싶어 품에 안고 꼭 껴안아본다. 준아, 널 많이 많이 사랑해.


남편과 내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기적. 기적이 현실이 되어 정신없는 육아로운 일상을 살지만, 힘들면서 행복한 이 모순된 상황이 참 재미있다. 행복하면서 힘들고 피곤하면서도 지치지 않는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지만 이상하게 아이 웃음 하나에 아이 미소에 사르르 녹아 없어지고 인간에게 신이 준 가장 소중한 선물 '망각'을 감사히 여기게 되다니. 나이도 많고 살림도 초보라 손등이 다 터져서 울컥해하고, 달라진 몸의 변화에 멘붕이 올 때도 많지만 이상하게 아이가 날 바라보는 눈동자를 보면 다 잊어버린다.


늘어난 뱃살을 움켜쥐고 오늘도 지방과의 사투, 아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땀범벅이 되어 목소리 톤이 점점 커지지만 이상하게 왜 불행하단 생각은 들지 않을까. 불행하다기 보단 나 스스로와의 싸움을 해서 이겨내고 싶단 생각이 더 많이 드는 요즘.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싶지 않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쓰고 싶은 글을 쓰며 아기가 잠든 낮잠시간을 활용해 밀린 집안일을 하고 남편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300일 기념사진을 찍어줄 준비를 한다.


너의 300일은 나의 300일, 아니 우리 모두의 300일이기도 해. 네가 무탈 없이 잘 크고 무럭무럭 잘 자랐으면 좋겠고 지금 보여주는 예쁜 미소를 사진과 영상에 모두 꾹꾹 눌러 담아 미운 네 살 시기가 오더라도 상관없이 그냥 쭉 널 이때의 너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야. 엄마 아빠는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이 놀랍고 신기하고 기특해. 우리 서로 어느 날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네가 만들어갈 우주가 기대되곤 해, 이준아!





300일 기념 오후 산책 중, 졸린 아들 하품 중!


너의 우주엔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추억, 기억, 행복이 여기저기 이스터에그처럼 많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 엄마와 아빠의 우주엔 너라는 이스터에그가 이미 있으니까. 네게도 그런 날이 있겠지? 아직 300일이지만 말이야. 우리 함께 행복을 낚을 수 있는 날도 오겠지? :) 얼른 낚자! 낮잠 예쁘게 자는 널 보며, 낚시꾼 엄마가❤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그리고 이제 우리를 꼭 빼닮은 아들과 함께 하는 육아로운 일상도 기록 중!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핑크쟁이김작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pinkauthor

핑크쟁이김작가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pinkauthor/

핑크쟁이김작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GLGONiTt5j_ReogQsF1_qA



매거진의 이전글 서른여섯, 나도 엄마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