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의 방을 떠나며

송의동 개인전을 다녀오다


갤러리에서,


좋은희곡읽기모임에서 만나 같이 연극도 만들고 했던 그림쟁이 송의동 작가의 말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그림 설명을 뒤로하고 작은 방, “이끼의 방”을 살금 빠져나올 때 내가 빠져나오는 그만큼 빈 공간이 뒤에서 울렸다.


사람에 대해서 생각한다.

사람의 욕망에 대해서 생각한다.


송의동 작가가 꺼내던 몇 개의 단어가 쫓아와서 뾰족한 부분이 내 등어리에 박혔다. 아팠다. 눈만 끔벅끔벅하던 기억의 혈관이 찢어졌는지 아픔이 날 떠밀어서 갑자기 앞으로 푹 넘어질 뻔도 하였다.


민물의 소금기를 머금고 말라죽어가던 희생잎 몇 장을 긁어내려다가 귀한 그림 망칠까 봐서 포기하고 가만히 손바닥으로 쓸어주었다. 고맙다 고맙다 하면서. 내 대신 말라비틀어지던 희생잎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하면서.


나도 이끼처럼 살고 싶다는 그의 말소리가 쥐잡이 끈끈이처럼 발밑에 들러붙었다. 4억 년 전의 대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은 아니겠지. 이끼처럼 살고 싶다는 그 말은.


바다를, 바다를 산 채로 붙잡아놓은 그림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송의동의 바다를 마음으로만 샀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그 그림을 사다가 내 방 천장에 붙여놓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 말은 못 했다.


수년 전에 밤주막 서커스 한쪽 벽에 걸려있던 배우이면서 노래도 만들어 부르는 양은주 작가의 바다가 힘차게 휘몰아치던 그림이 자연스럽게 다시 떠올랐다. 그녀가 그 바다 앞에서 노래할 때가, 내가 그 풍경을 볼 때마다 참 행복했었다고 새삼 느꼈다.


#송의동 작가

#생애 첫 개인전시회

#경이로운순례자

#서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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