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은 항상 우리 주위에 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저자 김연수 작가님은 '일상은 글감의 보고'라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왜? 글감을 찾기 위해서는 일상을 잘 관찰해야 하는 걸까요?
글은 창조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실체화시키는 것이 작가가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어렵고,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일반적인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동의합니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내가 글을 통해서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만들 수 있고,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 모든 영감이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는 '일상'이라는 것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책은 도끼다> 박웅현 님은 '감각'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꽃을 보면서 꽃에 대해 생각하다가 옆을 보니 벌이 한 마리 붙어있어서 벌을 관찰하고 마침 벌이 날아가고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본 꽃잎에 이슬이 맺혀 있음을 관찰하고 또 고개를 돌리니 이슬을 맞아서 더없이 깨끗해 보이는 거미줄을 보는 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감각'이 글쓰기의 신선한 재료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글쓰기의 주제는 오직 '경험'에 의해서만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이게 맞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직 경험' 이라기보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경험만 나열하다 보면 그 글은 일기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경험에 스토리를 입히면 그 글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려고 하다 보면 항상 글감이 부족할 때가 옵니다. 장작을 넣어줘야 할 때 나무를 넣지 못하면 불길을 사그라듭니다. 마찬가지로 글을 계속 써나가야 할 집중이 되는 시간인데 글감이 없다면 계속 쓰지 못하고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글감은 항상 쌓여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여름철에 열심히 나무를 준비해서 겨울을 나기 위해 준비하는 것처럼, 글 쓰는 사람은 항상 주위에 글감이 항상 있어야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감 준비는 '메모'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칼의 노래> 김훈 작가님은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하시기로 유명하십니다. "일상에서 지나가는 장면들이나 순간적인 생각들이 나중에 큰 이야기가 될 수 있다"라고 인터뷰에서 메모를 통해서 스토리를 만들어가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책을 500권이나 집필하신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어설픈 메모가 완벽한 기억보다 낫다'라고 말할 정도로 메모가 중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도 메모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사소히 지나칠 수 있는 사건들도 메모를 하면서 불완전한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메모를 다시 확인하면 그때의 순간들과 생각들이 함께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독서입니다.
독서가 없다는 것은 글쓰기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독서는 글감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어휘력과 문장구조, 스토리까지 빠짐없이 선물하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습니다. 글은 읽는 만큼 아는 만큼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좋은 인풋이 생기지 않는 상태에서 아웃풋이 나올 리가 없는 것입니다.
<해리포터> JK 롤링은 "어릴 적부터 많은 책을 읽는 것이 나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라고 했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필수적으로 봐야 합니다. 모르면 알 수 없으니까요.
결국, 글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재료 찾기는 '독서와 일상의 경험을 스토리로 만드는 것'입니다. 일상이 빠지고 독서만 있으면 살아있는 글을 쓰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일상은 있는데 독서가 없다면 알맹이는 쏙 빠진 초콜릿 없는 빼빼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료는 모였습니다. 이제 요리를 시작해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