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쩍쩍 갈라지는 피부를 가지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다. 아이가 태어나고 신생아실에서 퇴원할 때 간호사가 말했다. “아기 피부가 건조해요, 보습을 잘해주셔야 해요.”
피부가 건조하다는 아기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생각했다. 나를 닮았구나.
창피하지 않아, 남편이 물었다. 뭐가 되물었다. 입술이 다 부르터서 다니는 거. 그 겨울에 내 입술은 하얀 각질로 뒤덮이고 갈라져 피가 나고 있었다. 쓰라린 통증이 있었으나 언제나 그래 왔기 때문에 나는 그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무얼 기다리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아마도 이러다 말겠지, 였을 거다. 이게 창피한 일이구나, 깨달아 립밤을 샀다. 윤기 나는 그것을 바르면 입술이 답답했지만 창피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안 바를 수 없었다.
남편과 나를 모두 아는 언니 한 명이 내게 부탁했다. 제발, 모모 씨가 가로 줄무늬 옷에 세로 줄무늬 옷 좀 안 입게 해 줄래. 가로세로 줄무늬 옷이 패션에 예민한 언니의 신경을 자극했나 보다.(참고로 말하자면 가로 줄무늬 옷은 보라색, 세로 줄무늬 옷은 초록색이다.) 알겠다고 언니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에게 언니의 말을 전하니 그럴 줄 알았다, 는 항상 하는 말을 하면서 하하하 웃는다. 아무튼 가로 줄무늬에 세로 줄무늬 옷을 받쳐 입는 남자는 겨울마다 립밤을 바른다. 반들반들한 입술을 가지고 있다.
강촌인지 가평인지 놀러 갔다. 결혼 전 친구들과 같이 간 여행이었다. 누군가 자는 내 모습을 찍었는데 한쪽 얼굴은 베개에 잔뜩 눌리고 미간에 주름이 가득 잡혀 있었다. (천사처럼 자는 모습은 바라지 않았으나 미간의 주름이라니)
한두 개가 아니다. 대 여섯 개 깊은 주름이다. 나는 얼른 사진을 치웠다.(누가 볼까 무서운 사진이다.) 그 이후로 그 사진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미간의 주름은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 감정에 동요가 있으면 미간에 주름이 잡혀서, 그 부위에 주름이 깊구나 했는데 잠잘 때가 문제였다니. 미간에 빨래집게를 꽂고 자야 하나, 강력한 테이프를 붙여볼까 한참 고민했다.
눈을 감고 누우면 엄마, 여기가 이상해 말하며 아이가 미간 주름을 손으로 펴준다. 나이가 들어 그래, 하면서 나는 가만히 있는다. 쩍쩍 갈라지는 겨울인 지금 내 입술은 아직까지 부르트지 않았고 테이프보다 강력한 손이 밤마다 미간 주름을 펴고 있다. 아무튼 가족은 있고 볼 일이다.
아이가 책상 밑에 혼자서 꾸민 공간입니다. '비밀의 방'이라고 하네요. 흐뭇한 미소를 짓고서 저 공간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고 나옵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아늑한 공간이 아이에게도 필요한 모양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 안전 안내 문자로 불안이라는 의자에 앉아 있는 듯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시거나 기저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더하시겠지요.
아이의 비밀공간만큼이나 따듯하고 아늑한 곳에서 느긋하고 편안한 날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