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스티커>
소리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다. 소파 아래 쪼그려 앉아 소리에게 양말을 신기면서 서양의 아이들이 스스로 옷을 입고 혼자서 외출 준비하는 영상을 떠올린다. 엄마가 옷 입혀주겠지, 기다리는 소리를 보니 내가 의존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걸까라는 불안감과 언제까지 일일이 다 챙겨줘야 할까라는 짜증이 동시에 솟구친다. “똑바로 앉아, 옷을 입힐 수가 없잖아. 이건 원래 네가 혼자 해야 하는 거야. 엄마가 도와주면 협조라도 잘해야지.” 날카로운 말이 소리를 향해 터져 나간다. 소리는 똑바로 앉은 자세로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물끄러미의 의미를 해석해 보자면 엄마가 또 왜 저럴까, 라는 말 정도 될 듯싶다. 똑바로 앉은 소리에게 양말을 신기고 바지까지 입히니 엄마, 잠깐만이라고 말하고 소리가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손에 보석 스티커를 가지고 나온다. 쌀 한 톨 크기의 다이아 모양 보석 스티커를 내 눈꼬리에 하나씩 붙여 준다. 오른쪽은 초록색, 왼쪽은 붉은색. 우와, 엄마 예쁘다 소리가 웃는다.(내가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니?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는 고마워,라고 말한다. 소리가 생긋 웃으며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한다. 소리에게 점퍼를 입히고 지퍼를 올린 것은 나였다. 점퍼가 두툼해 책가방 메기가 힘들 테니 책가방 메는 것을 도와준 것도 나다.(이런 일에 내 몸은 알아서 척척 움직인다.) 의존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걸까라는 불안감은 여전하고 보석 스티커는 여전히 내 눈꼬리에 붙어 있다.
<남매 사이>
소리가 학교에서 카드를 만들었다. 아빠, 엄마,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도 적었다.
“누나가 같이 놀고 사이좋게 빵도 먹고 사랑한대."
나도는 잠깐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나 혼자 놀 건데” 작은 소리로 대답한다.
우주적 관점에서 아주 잠깐 자아의 그림자 주위로 뭉쳤던 원자들은 우리를 만들어낸 바다로 돌아가게 되리라.
우리 중에 살아남게 될 것은 기슭 없는 씨앗과 우주먼지뿐이리라.
마리아 포포바 <진리의 발견>에서
새해 인사 문구로는 적당하지 않은 듯한데 좋아하는 구절이라 적습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이 불안정할 때 읽으면 저에게는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여자 아이돌 춤 동영상을 소리가 보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소리가 보는 영상을 흘깃 보던 나도가 묻습니다.
"왜 바지를 안 입었어?"
나도의 물음에 온 가족의 웃음이 터졌습니다.
웃음 가득한 새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