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터울이라서인지 소리와 나도는 사이가 좋은 편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초콜릿이나 사탕 등의 간식이 생기면 소리는 집에 가지고 와서 나도와 반씩 나눠먹는다. 언젠가는 학원 선생님이 비타민을 두 개 줬다면서 하나는 집으로 오면서 자신이 먹고(이 말을 하면서 소리는 자신이 먼저 먹은 게 걸리는지 울듯한 표정이 됐다.) 하나는 나도를 주겠다고 가지고 왔다. 나도 낮잠 자는데, 했더니 나도가 낮잠에서 깨면 줄 거라면서 작은 비타민을 나도가 자는 방문 앞에 놓아둔다. 이곳에 두면 나도 발에 밟힐 거 같은데, 내가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나도가 깨서 방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소리는 나도에게 테이블 위에 올려둔 비타민을 들고 달려간다. 잠이 덜 깨 멍한 표정이던 나도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진다.
방학맞이 한글 깨치기 시간을 소리와 함께 처음으로 마련했다. 심심한 걸 못 견디는 소리는 좀이 쑤시는지
엄마, 손이 아파. 다리가 아픈데. 안 할 핑계만 나열한다. “2학년인데 어떻게 할 거야. 맞춤법도 잘 모르고 한글 받아쓰기도 못하면” 내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옆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우리를 바라보던 나도가 한 마디 한다.
“누나, 공부 잘하는데.”
“그래, 누나 공부 잘해. 잘하는데 공부는 계속해야 더 잘하는 거야.”
대답을 궁리하며 나도에게 즉흥적으로 말하다가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를 따라 소리도 웃고 나도도 웃고. 웃다가 보니 공부 분위기랑은 멀어져 노트 한쪽만 쓰고 놀기로 하니 아이들이 모두 좋아한다.
소리는 언제나 나도 편이라 나도는 엄마, 아빠에게 혼날 때면 소리에게 가 안겨 운다. 그러면 소리는 나도를 혼내는 사람에게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교에서 아동학대 수업을 받은 후로는 경찰한테 신고할 거야, 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한다.
내가 외출을 하고 아이 아빠와 아이들만 집에 있을 때 나도가 졸린데 낮잠에 들지 못하고 행동이 과격해져 아빠에게 혼난 모양이다. 외출해서 돌아오니 소리가 노래를 불러주고 등을 쓸어주며 나도를 재웠다고 아이 아빠가 나에게 전해준다. 이런 순간들이 나는 좋다. 한겨울에 따듯한 난로 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 직장 사람이 나에게 모모씨도 사소한데 감동 잘 받는 사람인가 봐요, 말한 적이 있는데 사소한 일인데 많이 감동스럽다. 앞으로도 둘이 의지해서 어려움을 모른척하지 않고 서로의 편이 되어 있는 것을 나누며 살면 좋겠다. 세상에 내 편 한 명 있다고 생각할 때의 든든함을 아이들도 아는 때가 곧 올 테니.
소리네 반 남자아이 한 명이 소리를 보면 뚱뚱하다고 놀린다고 한다. 소리는 그 말이 신경 쓰이는지 거울을 한참 들여다본다. 엄마, 나 자세히 보면 예쁜 거 같아.
자세히 안 봐도 너는 예뻐, 대답하니 소리가 생긋 웃는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소리가 내 얼굴을 한참 쳐다본다. 엄마도 자세히 보니 예쁘다. 엄마 결혼식 날 사진이랑 똑같아. 나는 웃으며 소리의 볼에 뽀뽀를 하고 자세히 보지 않아도 너는 많이 많이 예뻐라고 말해주고 잠이 들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를 소리는 모르는데. 아마도 진실의 조각은 여기저기 널려 있는 모양이다. 필요할 때는 주워서 자신을 비춰볼 수 있도록. 소리가 발견한 진실이 소리의 마음에 오래오래 간직되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예쁜 존재라는 진실. 자세히 봐도, 자세히 보지 않더라도.
자세히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