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 들어서는데 여섯, 일곱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달려온다. 부동산 아줌마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안녕, 인사하니 씨익 웃는다. 귀여운 아이다. 그럼 입구 방부터 볼까요. 부동산 아줌마가 앞장선다. 바깥은 쌀쌀한 2월의 한낮, 해가 방 중앙에 놓여 있다. 아이는 제 방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 알록달록한 놀이매트가 깔린 바닥에 앉아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린다. 그 순간 이 집이야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내가 올 곳이 여기구나. 남편은 내 결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말을 간혹 하는데 나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 외부의 자극에서 오는 내면의 평온한 느낌 같은 것들. 인테리어나 세부사항 같은 것들을 떠나서 집을 둘러볼 때 마음이 고요했다. 좋은 쪽으로.
창을 열었을 때 맡아지던 라일락 꽃향기. 공원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 아담한 편에 속하지만 공원길 끝에 자리한 회색 도서관. 집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오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창에서 도서관이 보일 때마다 저기에 도서관이 있다니 감동했다.
옆 동은 정남향에 시야가 더 트여 있는데, 우리 집은 움푹 들어가 있네. 벽지는 칙칙하고 바닥은 패어 있어. 앞에 도서관 건물만 없어도 시야가 더 좋을 텐데 생각하다가 깜짝 놀랐다. 이사 후 일 년의 시간이 흐른 후다. 보리차를 잔뜩 끓일 수 있겠다고 좋아한 커다란 주전자가 시간이 흐르니 너무 커다래서 짐스럽고 커피 맛이 다르네 감탄이 나오던 새 머그잔은 시간이 흐른 후 보통 잔이 됐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익숙해진다는 건 처음의 설렘과 특별했던 느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구나.
드넓게 펼쳐진 바다에서 우와 바다네 신기해하다가 뭐야, 매일 똑같은 바다 습하기나 하지가 돼버리는.
밖을 내다보던 아이가 엄마, 엄마 나무가 쉬고 있어 말한다. 바람이 불지 않아 햇살 아래 움직임 없는 나뭇잎을 보며 하는 말인가 생각하며 밖을 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끝날 시간이라 웃음소리,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도서관 길로 뛰어오는 아이들도 한두 명 보이기 시작한다.
분홍색 가방에, 분홍색 실내화 주머니를 흔들면서 걸어오는 자그마한 소리. 소리의 머리 위로 비치는 햇살과 초록 나뭇잎. 불만족하기에 집중하기에는 좋은 것들이 많기는 하네, 새삼 생각한다. 초록빛 속에 섞인 분홍빛이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