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편의점에 달이와 콩이가 있었어요.
달이가 계산대에 서서 사람들이 가져온 물건을 계산하면 콩이는 동그란 의자를 가져가서 선반 앞에 앉았지요. 선반에는 로션, 치약, 세제 물건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어요. 콩이는 선반 위의 물건들을 바구니에 담고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선반 위를 깨끗이 닦았지요. 선반 위가 깨끗해지면 바구니에 들어 있는 물건을 하나씩 꺼내 깨끗하게 닦고 다시 선반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어요. 콩이의 두 손은 먼지로 새카매졌지만 반짝거리는 파랑 편의점이 콩이는 좋았어요.
소복소복 눈이 내리는 날이었어요. 와, 눈이야. 달이와 콩이는 눈을 보며 행복했지요. 커다란 눈송이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양이 아름다웠거든요. 달이가 콩이에게 말했어요.
“콩이야, 너 먼저 점심 먹어. 네가 다 먹으면 내가 먹을게.”
콩이는 눈처럼 푹신푹신하고 달콤한 크림빵도 먹고 싶고, 계산대 옆에서 김이 오르는 따뜻한 어묵도 먹고 싶었어요.
“왜 그래, 콩이야?”
콩이의 고민하는 얼굴을 보고 달이가 물었어요.
“응, 눈이 오니까 푹신푹신하고 달콤한 크림빵도 먹고 싶고, 따뜻한 어묵도 먹고 싶어서.”
달이가 환한 얼굴로 말했어요.
“그런 걸 왜 고민해, 둘 다 먹으면 되잖아.”
콩이는 깜짝 놀랐어요. 점심값으로 편의점에서 나오는 돈은 천 원이었기 때문에, 천 원을 넘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콩이는 생각할 수 없었거든요.
그럴 수도 있구나, 작게 말하고 콩이는 크림빵과 우유를 들고 테이블 위에 앉았어요.
밖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지요.
하얗게 변해가는 풍경을 보면서 콩이의 마음은 슬퍼졌어요. 왜 나는 둘 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나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콩이는 그런 자신을 생각하며 서글퍼졌어요.
콩이는 이제 파랑 편의점에서 일하지 않아요. 초록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요.
초록집 아이들이 얼마나 말을 안 듣는지 머리가 아프다고 콩이는 매일 하소연해요.
콩이가 아이들에게 물어요.
“너희들 쐐기풀 볶음 먹을래, 새 알 구이 먹을래?”
아이들이 대답해요.
“개구리 다리요, 투명 젤리요, 날으는 빗자루요.”
콩이는 소리치지요.
“너희는 주는 대로 좀 먹을 수 없는 거니?”
콩이가 아이들에게 물어요.
“너희들 돌로 숫자 만드는 책 볼 거니? 저 너머 노란 집 책 볼 거니?”
아이들이 대답해요.
“물방울로 호수 만드는 책이요, 코가 길어지는 인형 만들어요, 도로시 만나러 갈래요”
콩이는 또 소리치지요.
“너희는 하란대로 좀 할 수 없는 거니?”
사실 콩이는 초록집 아이들이 좋데요. 그렇게나 말을 안 듣는다고 하면서요.
아이들은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선택을 뛰어넘어 다른 세상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요. 자신처럼 천 원이라는 세상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고요.
그렇게 말하면서 콩이는 왜 아이들에게 소리치는 걸까요?
사람은 참, 알 수 없는 존재예요.
*사진출처: 요시고 사진전(스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