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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거 아니야, 그냥 눈물이 난 거야

다섯 살 나도의 생활

by 북남북녀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오는 아빠의 손에는 장난감이 하나씩 들려 있다. 아빠 언제 와, 물으며 나도는 하루 종일 아빠를 기다린다. 중고사이트를 수시로 드나들며 나도의 장난감 사랑을 응원해온 아빠는 넘쳐나는 장난감 수납 바구니를 보면서 계속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제 장난감을 매일 가지고 올 수 없어,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알려주면 그것은 꼭 구해볼게."

아빠는 나도에게 설명했다. 출근하는 아빠를 보며 나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삐삐,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다!”나도가 문으로 달려간다.

아빠의 손에 장난감이 없는 것을 본 나도는 아빠의 가방을 끌어내린다. 지퍼를 열어 가방 안을 살펴본다.

“장난감 없어, 나도야”

“으아아아앙”

나도의 울음이 그치지 않는다.

토닥이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며 아빠는 나도를 달래 본다.


아빠 품에 안겨 흐느끼던 나도가 빼꼼 고개를 들었다.

머리는 땀에 젖고 얼굴은 붉어졌다.

"우리 나도 울어서 얼굴이 빨갛네"

“나, 운 거 아니야. 그냥 눈물이 난 거야”

"그래, 알았어." 나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소파 위 자동차 장난감과 인형, 피규어를 나도가 손으로 탁탁 친다. 철컹, 탕, 탁. 장난감들이 요란하게 바닥으로 떨어진다.

“짠! 깨끗해졌지. 내가 청소했어.”

양손을 쫙 벌리고 나도가 나를 쳐다본다.

발치에 걸리는 장난감을 피해 깨끗해진 소파에 앉으며 "고마워 나도야"

의기양양한 나도가 소파에 풀쩍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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