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존슨이 그리는 세상은 위안이 없다. 자연은 위협적이고 재앙은 되돌아오며 죽음(사고)은 가까이 있다. 개인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욕구하나 겨우 조절할 수 있을 뿐이다. 외롭게 태어나 슬픔을 감내하며 살다가 변화되는 세상에서 주변으로 밀려 소멸해간다.
<가짜 산모수첩>의 시바토는 아기를 낳은 후의 피로감과 무심한 남편으로 힘들어하는 호소노에게 말한다.
“호소노 씨, 거짓이어도 좋으니까 혼자만의 장소를 만들어 봐. 겨우 한 명 들어갈 정도의 작은 크기로다가. 거짓말이라도 괜찮으니까. 거짓말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되뇌면서 키워가다 보면 그 거짓말이 호소노 씨를 의외의 장소로 데려다 줄지도 몰라. 그 사이에 자기 자신도, 세상도 조금은 바뀌어 있을지도 모르고.”
호소노가 묻는다.
“시바타 짱은 혹시 무슨 거짓말하고 있는 거 있어?”
시바타는 “응”이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미혼임에도 회사에 임신, 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부서에 남자 사원뿐이라 손님 접대용 커피부터 온갖 잡일이 여자인 시바타에게 떨어진다.
“이봐, 전자레인지”(전자레인지가 지저분하다)
“이봐, 커피”(커피를 내와라)
“이봐, 컵” (컵을 정리하고 씻어라) 상사가 시바타를 부른 날, 시바타는 입덧이 심해 회의실의 커피잔을 치우지 못하겠다고 대답한다. 커피가 남은 잔에는 담배꽁초도 꽂혀 있어 냄새가 심하다.
이전부터 형성되어온 것들은 아무리 부당하더라도 개인이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한 개인이 세상을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다. 시바타는 부조리한 상황에서 임신이라는 거짓말로 작은 틈을 만든다. 그 작은 틈으로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어느 책에선가 ‘살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난다. 아이들의 거짓말도 심각하게 접근하는 문화에서, 육아전문가들은 거짓말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거짓말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렇게 표현하는 아이의 의도나 마음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소설가가 표현하듯이 개인은 외롭게 태어나서 이유도 모르는 불행을 겪다가 눈물을 흘리며 소멸해간다.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자신의 욕구 하나 조절하는 것이든지, 거짓말로 틈을 만들어내는 것이든지 스스로 생각해낸 방법으로 꿋꿋하게 살아내는 이들에게 비난보다는 응원이 먼저였으면 싶다. 외롭고 슬픈 존재들이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며 소멸해가면 좋겠다.
왜, 내가 두근두근하지? 거짓말을 하는 건 시바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