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희가 나도의 마스크를 코까지 올려준다.
나도는 마스크를 다시 코 밑으로 내린다.
미끄럼틀을 타고 다시 나도에게 온 율희가
“너는 왜 마스크를 씹니?”다시 코 위까지 나도의 마스크를 올려준다.
나도는 녹색 점퍼 주머니에 두 손을 꽂고
시선은 땅을 향한 채 가만히 서 있는다.
장난기가 발동한 율희가 나도의 마스크를 눈까지 올린다.
주머니 속 나도의 손을 빼려고 나도의 뒤에서 양팔을 잡고 힘을 준다.
나도는 손에 힘을 주며 버티다가 율희의 힘에 밀린 건지,
포기한 건지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또 가만히 땅만 보며 서 있는다.
“너는 왜 주머니에 손을 넣니?”
저녁을 먹는데 나도가 “엄마, 친구가 너는 왜 마스크를 씹니? 그랬어.”
“그래, 기분이 어땠는데? 친구가 그렇게 말해서?”
“나는 좀비 될 거야, 다 물어줄 거야.”
오후면 소리가 노는데 쫓아나가는 나도가 안 나가겠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나도야 왜? 율희 만날까 봐?”
입으로는 웃으면서 눈에서는 눈물이 주룩 흘러내리는 나도.
“괜찮아, 울어도. 우리 나도, 율희가 마스크 얘기해서 속상했구나.”
이틀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좀비가 될거야 외치던 나도는 일요일에 엄마, 아빠와 함께 길을 걷다가 율희를 만났다.
“과자 줘.”율희가 말하자마자 나도가 자기 손에 든 과자를 얼른 율희에게 건넨다.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짓고서.
과자를 받아 든 율희는 자신의 엄마에게로 뛰어가고
나도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다시 길을 걷는다.
“잉어 보러 가자, 과자 주러.”
“그래, 우리 나도 가면 잉어가 좋아하겠다.”
엄마, 아빠는 풋 웃음이 나오고 나도 역시 미소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