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되어야만 하는 일들
무레 요코 <결국 왔구나>
어쨌든 받아들여야 할 것. 무레 요코의 <결국 왔구나> 느낌이다. 반갑지는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일. 부모의 노쇠, 치매라는 질환. 부모와 어떠한 관계를 이루고 있든지 자식들이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 시기가 온다. 부모는 기억을 잃어가고, 아이 같은 행동을 하며, 밥을 달라고 뒤를 졸졸 쫓아다니기도 한다. 일본의 상황인지 공공 요양원은 수백 명 대기로 입소가 어렵고, 민영 시설은 금액이 상당하다. 일주일에 세 번이나 네 번 주간보호 센터를 이용하고, 욕조에 물을 빼두거나 가스를 잠가놓는 등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 후 자식은 부모를 집안에 두고 출근을 한다.
여덟 편의 단편이 상황은 다르지만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 자식과 치매에 걸린 부모를 다룬다.
자식은 은연중 언젠가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횡설수설하며 엉뚱하게 행동하는 부모를 보면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한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하다가 쓴 미소를 지은 채 받아들인다. 더 나은 상황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나간다.
무레 요코의 <카모메 식당>,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이번 책까지 네 권째다. <카모메 식당>은 외국에서 식당을 여는 여성과 주변인들의 이야기였고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하던 가게에 샌드위치 가게를 내는 여성의 이야기였다.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에서는 일찍 퇴직하여 저축해 놓은 돈으로 낡은 빌라에서 지내게 된 여성과 주변 사람들의 소소한 에피소드.
주어지는 가치를 쫓기보다는 (주변의 비판과 반대가 있더라도) 자신만의 가치로 움직이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일상을 세세하고 잔잔하게 표현해가는 작가의 시선이 좋아 도서관에 갈 때면 한 권씩 뽑아온다. <결국 왔구나>도 소소하고 정감 어린 일상의 느낌을 담아내고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노년의 현상과 그것을 짊어져야 하는 자식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읽으면서 뭐 어쩌겠어요, 받아들여야지요.라는 속삭임을 듣는 듯싶었다.
이런 일도 있지, 일상은. 일상을 파괴하는 듯한 사건으로 결국에는 일상이 되어야만 하는 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