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들의 세계

아홉 살 소리의 상처

by 북남북녀


내가 같이 나가지는 않았다. 아이 아빠가 나도와 술래잡기를 하며 놀이터라는 공간에 함께 있었고 소리는 지유와 잡기 놀이를 하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이 아빠가 고개를 돌렸을 때 소리가 놀이터 한가운데 주저앉아 목청이 드러나게 입을 벌리고 울고 있었다. 여덟 살 준호가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 소리를 향해 말하고, 여덟 살 채연이가 카메라로 소리의 우는 모습을 사진 찍었다.


평상시보다 더 크게 소리가 눈물을 터트린 이유는 원통형 미끄럼틀 꼭대기로 올라섰을 때 친구인 지유가 소리의 다리를 밀어 바닥으로 떨어진 거였다.


“엄마아~~ 앙” 이마는 땀에 절고 얼굴은 붉어져, 부어 보이는 소리가 아빠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왔다.

“지유가 내가 올라가자마자 다리를 밀었어. 아~~ 앙",

“채연이가 내가 우는데 사진 찍었어. 아~~ 앙”


다리 부위로 타박상과 찰과상이 보이고 소량의 피가 말라붙었다. 외상이 커 보이지는 않았으나 친한 친구가 자신을 밀었다, 는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한 듯했다.


침대에 누워 쉬게 한 후에 절뚝이는 아이를 부축해 소파에 앉히고 저녁을 먹였다. 잘 먹는 게 필요할 듯해 좋아하는 햄을 듬뿍 식판에 담았다. 밥을 먹는 중에 초인종이 울리고, 지유와 지유 어머니가 방문했다. 지유가 미안하다고 소리에게 사과하고 지유 어머니가 죄송하다며 과일이 담긴 봉투를 주고 돌아갔다. 아홉 시 되기 전에 소리는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외상 부위는 아물어가고 다른 이상 징후는 없어 학교 수업은 빠지지 않기로 했다. 학교에 가기 위하여 옷을 갈아입으며 소리가 묻는다.


“엄마, 왜 채연이가 내 우는 사진을 찍었을까?”

“글쎄, 채연이가 너보다 한 살 어려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채연이가 사진 찍을 때 네 기분은 어땠는데?”

“그냥 아무렇지 않았어. 너무 아파서 울기만 했으니까. 근데 지금은 조금 슬퍼.”

“그러면 우리 소리는 다른 사람이 아파서 우는 동안 사진 찍는 사람이 되지는 않겠네.”

“응, 그러지 않을 거야. 마음이 슬퍼.”


어스름하게 어두워지는 저녁시간, 소리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린다.

“어, 지유야.”

“아직 아파. 태권도는 못 가.”

“그럴 수 있지, 괜찮아 뭘. 나도 1학년 때 정유나 밀었었어.”

“그래, 내일 학교에서 보자. 안녕.”


지유와 전화 통화가 끝난 후 소리가 나를 보며 말한다.

“그럴 수 있지, 엄마. 나도 1학년 때 정유나 밀었거든.”

keyword
북남북녀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주부 프로필
구독자 532
작가의 이전글일상이 되어야만 하는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