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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는 둘이었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

by 북남북녀


그때 우리는 둘이었다, 아니 셋이었다. 내 뱃속에는 지금은 나도인 콩콩이가 있었으니까.

아이 아빠가 출근하면 집안 정리를 한 후에 소리와 산에 올랐다. 오르막이 가파르지 않고 평평한 산은 다섯 살이었던 소리와 임산부인 내가 걷기에 적당했다.


약수터를 지나며 차가운 물을 만지며 까르르 웃고 눈을 반짝이며 나비를 쫓았다. 야생화가 피어있는, 미로 같은 길을 뱅뱅 돌아 나오면 그윽하게 묻어나던 향기. 넓적한 돌멩이에 가느다란 풀과 붉은 꽃을 빻아 빵이라고 소리가 나에게 주면, 임산부인 나는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쭈그리고 앉아 소리가 만든 꽃빵을 먹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울창한 숲 사이로 비치던 햇살과 저 앞에서 폴짝폴짝 뛰어가던 다섯 살 소리. 우리 둘의 시간은 지금이 마지막이구나, 콩콩이가 세상으로 나오면 셋이 함께 하는 날들이겠지. 싱그러운 풍경 속에 한 조각의 슬픔이, 한 줄기 빛처럼 끼어들었다. 소리와 단둘이 보내던 아침과 단둘이 먹던 점심, 마음 가는 대로 둘이 보내던 오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소리가 학교에 입학하며 방 하나에 책상과 침대를 들여놓았다. 커튼 봉을 설치하고 흰 커튼까지 달아놓으니 오늘부터 혼자 자야지, 말하며 소리는 환하게 웃었다. 아직은 안 되겠어, 가져갔던 베개를 들고 소리는 안방으로 돌아왔고 남편과 소리와 나도와 나는 넷이 함께 잠드는 날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몸을 꼭 붙이고 내 옆에 누운 소리는 내 손을 꼭 잡거나, 나도를 재우기 위해 돌아누운 등 뒤에서 내 귀를 만지작거리며 잠이 들었다.


내 방으로 가야겠어, 소리가 안방에 있던 베개를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언제나 혼자 잠들어왔던 것처럼 익숙하게, 혼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비치던 햇살과 저 앞에서 폴짝폴짝 뛰어가던 다섯 살 소리. 지금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작별을 준비하는 시간이야, 가까이 있으며 매일 우리는 멀어져 가겠지. 한 몸이었다가 점점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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