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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은 고양이 같다

그동안의 독서

by 북남북녀


재앙은 고양이 같다. 슬며시 눈을 빛내며 다가온다.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나는 눈은 미지의 세계에 두려움을 품게 한다.


옛날 책으로 쌓인 퀴퀴한 곳에서 내가 찾는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재앙 같은 일상을 쉽게, 즐겁게 받아들이게 하는 책.


재앙 같은 일상이라는 것은 뜻대로 살지 못한다는 것이고, 뜻대로 살지 못한다는 것은

“그래, 그럼 원하는 대로 살아보든가” 누군가 말한다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는 뜻이고.


쏴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들

아이와 공원에서 먹는 샌드위치

오후의 커피 한 잔

두둥실 떠오르는 비눗방울

새로 돋는 잎사귀의 반짝거림

또 하나 피어나는 꽃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


재앙이 고양이 같다면 예쁘게 길들여야지.

엎치락, 뒤치락 내 손 안에서 숨가쁘게




물론 삶이 가한 상처들이다. 절대 지워지지 않고 영원히 고통으로 남는 상처들

지구는 그냥 둥근 게 아니라 깊은 구렁과 균열투성이이어서 자신처럼 무방비 상태에 기댈 곳도 없는 개인은 거기 빠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리즈 콩데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에서


그는 단지 기계처럼 일할 뿐 다른 것이 될 시간이 없다.

종족 생명을 온전하게 유지하려면 개인 생활을 상당한 정도까지 제도 속에 편입시켜야 한다.

헨리 데이비스 소로 <월든>에서


소외된 사람이란 자신이 될 수 없는 게 되려고 애쓰는 사람인데, 현재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아서다.

마리즈 콩데 <울고 웃는 마음>에서


얼마나 많이 돌로 쳐 죽여야 하나? 얼마나 불을 질러야 하나? 얼마나 피가 들끓어야 하나? 앞으로도 얼마나 더 무릎을 꿇어야 하나?
삶을 위한 다른 흐름을, 다른 의미를, 또 다른 절박성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마리즈 콩데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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