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매미

일상과 읽기

by 북남북녀

안방 문을 열고 나오는 나도의 코 부근에 발진이 돋았다. 자면서 긁은 건지 주변 피부가 빨갛다. 소파에 앉는 아이의 눈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기운이 없다. 이마에 손을 대니 뜨거움이 전달된다. 38.6도. 유치원 방학식 날 이자 나도 생일인데. 결석 문자를 보낸다. 유치원에 가지 못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도의 눈가가 붉어진다.


언제 밖에 나갈 수 있는지 묻는다. 물 놀이터가 시작되어 바깥 공원은 소란하다. 나도는 감기가 낫고 소리는 피부가 나아야지. 코밑에 점처럼 보였던 발진이 다리, 등 부위에도 발견되어 병원에 가니 수포성 농가진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하루에 두 번 바르는 연고를 처방받았다.


주말이 지나고 다시 아이들은 창밖을 보며 언제 나갈 수 있는지 묻는다. 이번에 내 대답은 반대가 된다. 나도는 피부가 낫고 소리는 감기가 나아야지. 발진과 감기를 남매는 사이좋게 나눠 앓는다.


*이따금은 몹시 괴로운 일이 생기기도 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동기를 오해하고 감정을 무시하며 이해력을 과소평가할 때도 많고, 횡포와 비웃음과 무시의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비바람이 몰아치고 햇볕 쨍쨍한 날에도 난로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겨울밤도. 패니 프라이스의 내면은 익어간다. 부자 친척의 선의라는 그늘 아래. 패니는 소리치지 않는다. 불평하지 않는다. 부조리한 상황에서 옳다고 믿는 가치로 산다, 살아간다, 사랑한다.


작가는 희망을 갖고 있다. 더부살이 가난한 패니 프라이스의 내적인 아름다움을 언젠가 알아주리라는. 군식구로서의 내력이 엿보이는 책,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 타인을 돌아보지 않고 기만이 일상이며 재력과 외모를 중시하는 세상 안에서의 패니 프라이스 성장기


테이블 위 녹색 선풍기가 흰 불빛을 깜박이며 돌아간다. 도서관에 가지 않으니 여름인 줄 알겠다. 송글송글 이마에 땀이 맺힌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초록색 문어

장미 꽃밭 숨어들면 빨간색 문어

야~~ 야이야~~ 야야


방학, 오르는 체온, 약하게 도는 선풍기, 진물 터지는 여름. 아이들의 노래가 우렁차다.


나는 꿈을 꾸는 문어~ 오~~


뜨거운 여름을 지나기 위해 매미는 시끄럽게 울어댄다. 길지 않은 머리를 질끈 묶었다.



*<맨스필드 파크> 제인 오스틴 민음사 222p

*<문어의 꿈> 안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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