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을 뚫는 아이

by 북남북녀

우리 인생에서 보다 큰 외로움은 흥분과 동요를 억제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스톤 다이어리>에서-


분명 토요일부터 물어봤다. “소개할 책 준비했어?” 그때마다 소리는 “아니, 엄마 생각 중이야.”


일요일 오후가 되었을 때 소리에게 시간표를 확인하고 가방을 챙기라 말하며 소개할 책도 넣으라고 했다. 무슨 책을 하지, 이때서야 책장 앞에 선 소리는 잠깐 생각하더니 <푸른 사자 와니니>를 하고 싶은데 집에 없으니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겠다고 한다. “무슨 말이야, 국어가 1교시인데 빌릴 시간이 어딨어? 집에 있는 책 중에서 골라봐.” 소리는 고개를 흔든다. <푸른 사자 와니니>를 꼭 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아침에 학교 도서관을 가겠다며 소리는 느긋했으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지역 도서관에 검색하니 우리 동네 도서관은 대출 중이고 옆 동네 도서관에서는 대출이 가능하다. 시간은 오후 5시를 향해 있었고 도서관이 문 닫기 전에 갔다 와야 한다. 소리가 가면 나도도 가고 남편은 운전을 해야 하고 조용했던 일요일 오후가 분주해졌다. 그러니까 엄마가 일찍부터 준비하라고 했잖아, 이럴까 봐 계속 물어봤는데라는 말은 속으로 삼킨다. 소리, 소리니까.

바이킹을 타고 싶어 할 때 남편과 나는 분명 말렸다. 힘들 건데, 무서울 건데. 소리는 눈을 반짝 빛내며 괜찮다고 꼭 타야겠다고 말한다. 남편과 소리는 바이킹 가운데 앉고 나도와 나는 아래서 지켜봤다. 바이킹이 공중으로 떠올랐을 때 소리가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남편이 옆에서 소리를 안심시키는 모습이 보였으나 살려주세요,라는 애절한 외침은 계속됐다. 소리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가는 듯했고 아래서 바라보는 내 심장은 타들어갔다. 바이킹에서 내려오며 소리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엄마, 심장이 아파라고 말했다. 소리의 심장만큼이나 아래서 기다린 내 심장도 아팠다.

나는 또 분명 말했다. 너무 앞으로 가지 말라고. 이곳은 파도풀이 유명한 곳이고 제일 안쪽 높이가 2.4m라고. 소리는 괜찮다고 눈을 반짝 빛내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남편은 소리를 쫓아가고 나도와 나는 끝자락에 남았다. 고동 소리와 함께 저 앞에서 커다란 파도가 사람들을 덮쳤다. 즐거우면서도 두려움이 느껴지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나도의 손을 잡고 소리가(작은 아이가) 저 높은 파도를 어떻게 맞을지 심장이 조여 왔다. 얼마 후 얼떨떨하고 조금은 멍한 듯한 소리가 내 곁으로 왔다. 엄마, 우리 이제 여기 오지 말고 다음에는 수영장(실내) 가자.

소리에게 나는 ‘지붕을 뚫는 아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내 말 밖에서 행동하며 내 머리를 뚫고 심장을 아프게 하는 아이, 울타리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


“알림장은? 연필은 깎았어? 시간표는 확인했지? 방과 후 준비물은 챙겼고?”

소리는 전혀 다른 일(흥미롭거나 재미있는 일에 몰두하며 )을 하며 대답한다.

“내일 아침에 해도 돼. 연필은 학교 가서 깎으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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