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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Jan 24. 2024

감자튀김은 대가족이니까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귤껍질을 벗기는데 왜 귤을 그렇게 까냐고 나도가 묻는다.

손가락이 아파서. 엄지손톱 끝 갈라진 부위를 나도에게 보여준다. 너는 건조해서 입술이 갈라지잖아, 피가 나오기도 하고. 엄마는 손이 그래.

내 손을 바라보더니 나도가 그래도 손이 낫다, 말한다.

뭐가?

손이 낫지, 입술보다

입술은 먹는 것도 못 먹잖아.

자신보다 엄마가 덜 불편해서 다행이라는 나도의 마음을 읽는다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까

 

두 달간의 긴 방학을 맞이한 나도가 하는 일은 11시쯤 베란다 작은 의자에 앉아 밖을 보는 것이다. 아직 누나 올 시간 아니야, 말해도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 타이밍을 맞춘 날은 나도야, 외치는 말이 아래서부터 들려온다. 누나아~~ 나도 역시 반갑게 대답한다. 엄마는? 엄마 책 봐. 책보다는 베란다에 나가 있는 나도를 살피고 있었으나 남매의 대화를 모른 척하며 내 눈은 독서대 위에 고정된다. 얼마 후 현관문이 힘차게 열리고 나도야 외치며 소리가 들어온다. 누나아~~ 남매의 만남이 다시 한번 이루어진다.

 

심심하다면서 밖에는 나가고 싶지 않은 아이는 방안을 돌아다니며 계속 말을 건다. 엄마는 스테고사우루스가 좋아, 티라노사우루스가 좋아? 엄마는 구름이 되고 싶어, 식물이 되고 싶어? 엄마는 시계가 되고 싶어, 책이 되고 싶어? 엄마는 얼굴이 사라지고 싶어, 다리가 사라지고 싶어?


대답을 하면 왜냐고 묻고, 그냥이라거나 잘 모르겠는데라는 대답에는 끝까지 물어 답을 얻어낸다.

설거지 중이잖아

이것만 닦고

여기 좀 정리하자, 말하는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오늘 점심 뭐 먹을까?

햄버거!

어제 햄버거 먹었잖아, 맛있어도 계속 먹는 건 안 좋아.

오늘 만 먹고 내일은 안 먹을게, 진짜로. 반달눈으로 웃으며 내게 호소한다.

나도의 웃음에 나 역시 반달눈이 되어 오늘만이야, 좋아하는 버거를 주문한다.

 

새우버거, 감자튀김, 치즈스틱, 콘 샐러드가 차려진 식탁

반으로 나눠진 새우버거를 한 입 물은 나도가 묻는다.

 

엄마는 햄버거가 되고 싶어, 감자튀김이 되고 싶어?

음, 감자튀김

왜?

햄버거에는 끈적끈적한 소스가 묻어있잖아.

나도 감자튀김

왜?

감자튀김은 대가족이니까,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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