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준비를 하며 쉬고 있었다, 쓰고 모순인데 생각한다. 공무원 준비를 하는데 쉬고 있다니 분초를 나눠 공부해도 될까 말 까인데. 그런데 맞다. 그 당시 나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푹 쉬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몸은 늘어져 나무늘보처럼 바닥에 붙어 가만히, 정지되어 있었다.
누운 방이 환하다. 머리 위 넓은 창으로 빛이 가득하다. 발아래 선반 위 알로카시아 줄기가 길어지더니 나를 향한다. 사람 얼굴처럼 커진 이파리가 누워 있는 내 얼굴 바로 앞에까지 다가와 바라본다. 짙은 녹색 이파리가 왁스 칠 한 듯 반짝반짝 윤이 난다.
무슨 일이지, 이상한 꿈이네. 선반 위 알로카시아를 쳐다본다. 그 상태 그대로의 작은 알로카시아일 뿐인데
얼마 뒤 임신인 걸 안다. 꿈의 공격은 계속된다. 많은 사람이 내게 나무 열매를 던진다. 몇 개는 받지 못하고 몇 개는 받는다. 깨고 난 뒤 손에 남은 듯한 얼얼한 감각. 온 우주가 어떤 기운을 내게 보내주고 있네. 달려오는 동물을 품에 안고 땅 위를 기는 생물에 물리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병원에 가지 못하는 여인이 있다면 알 수밖에 없는 신호는 계속된다.
검진 차 병원에 갔을 때 조심해야 한다는 의사의 경고를 듣는다. 한 편으로 걱정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평온하다. 선명하고 강력하게, 공격적으로 전해오는 몸의 신호를 감지한다. 내 의도와 다르게 생명이 잉태되었듯 생명은 저만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데, 이 생명의 기운은(일부러 꺼뜨리지 않는 이상은)
흔들리는 배 안에 있는 듯한 괴로움으로 살려주세요, 기도하던 시기를 지나 맛집을 검색하며 새콤한 비빔국수에 웃던 날들도 흐르고 양수가 터지며 이 세상의 시간 속으로 신비는 옮겨 온다. 열한 살이라는 나이가 되어 존재한다.
네가 태어나면서 엄마는 엄마가 되고 아빠는 아빠가 됐어.
응, 나도 알아.
내 옆에 자리한 신비는 별일 아니라는 듯 시크하게
대답한다. 온 우주가 너의 탄생을 지키고 있었어, 너라는 신비를 내게 부탁했지. 말하고 싶은 유혹을 꾹 참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