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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May 29. 2024

육아의 난이도

<프린들 주세요>

언어에 민감했으면 좋았을 거다. 수리영역도 괜찮다. 그런데 이 녀석이 민감한 것은 ‘신체감각’. 이 포인트를 찾아내지 못하여 다소 어려운 육아를 해왔다고 하겠다(돌아보니 걷기, 말하기, 배변 훈련, 식이 등이 다 감각과 관련된다.)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 아이가 성장하고 말하고 듣는 능력도 발달하면서 육아 난이도가 내려가기는 한다.

 

새로운 것 배우기를 좋아하니 학교 가기를 좋아하고 방과 후 활동에도 열심이다. 선생님 말이 법인 것처럼 생각하여 싫어하던 행동들도 선생님이 해야 한다고 했어, 하면 잘 따르는 모양새라 한시름 놓았는데. 역시 걸리는 것이 하나 있으니 신체 감각. 이번에는 청각이라 해야 하나

 

저학년 무렵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하지 마, 하지 마 잠꼬대하는 등 무언가에 시달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밤 지속되어 묻기를 반복했는데. 아이의 말을 요약해 보자면 수업 시간에 친구들이 떠든다. 자신은 그것이 너무 힘들다. 그것도 참기가 힘든데 선생님 표정이 안 좋다. 선생님이 소리 지르고 친구들은 말을 안 듣고 자신은 어떻게 하지 못하겠고, 선생님이 불쌍하다.

 

시간이 흐르고 학교라는 곳에 적응을 하며 괜찮은 듯 보였으나(성격이 다 다르니까, 엄마) 저학년을 벗어난 지금도 학교에서 무엇이 힘들어 물으면 친구들의 떠드는 소리라고 대답한다. 친구들을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감각의 민감함은 별도로 작용한다.

 

<프린들 주세요>는 링컨 초등학교의 분류군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전교생을 아주 못된 아이와 똑똑한 아이와 착한 아이로 나눈다면) 조금은 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시끄럽다고도 할 수 있는) 닉이라는 아이가 등장한다. 친구들을 선동하고 선생님과 대결하며 커다란 소란을 만든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소동은 바람직한 결과를 이룬다.

 

아이와 책을 읽고 난 후 친구들이 떠드니까 힘들어, 말하면 닉은 어떤 사람이지 묻는다. 창조적인 사람! 그러면 시끄러운 아이는? 창조적인 사람! 닉 같은 사람일 수도 있겠지, 우리는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내 고개는 더 힘차게 끄덕여질 거다.

 

학교에서 글루건을 사용하다 아이는 손가락에 작은 물집이 잡히는 화상을 입었다. 현관으로 들어서는 아이가 내 얼굴을 보기도 전에 엄마 나 한쪽 손 못써,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후 울음이 터진다. 집으로 오기까지 숨겨왔던 눈물이기에 그치기가 쉽지 않다.

 

저녁 먹은 후 씻은 후 자고 일어난 후 눈물은 사라지고 통증은 잊혀간다. 어느 아이는 라면 먹다가 다리에 쏟았데. 어느 아이는 얼굴에 라면 국물이 튀었데. 다음 날 아이는 친구들이 들려준 화상 무용담을 신나서 나에게 들려준다. 그렇지 엄마도 라면 먹다가 다리에 쏟아서 아직도 상처가 있잖아. 어디 어디 보여줘. 넓은 범위로 얼룩덜룩하게 남은 내 화상 자국을 아이가 심각한 얼굴로 들여다본다. 내가 너와 달리 감각이 둔해서 다행이지, 안 그럼 훨씬 더 아팠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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