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시선

최초의 사건에 대한

by 북남북녀

흰색 카페트에 3인용 검은 소파. 소파 앞에 놓여 있는 선반 위 텔레비전. 흔히 볼 수 있는 집 풍경이라고 할 수 있으나 노란 장판에 알록달록 이불을 흔하게 보던 시절이니 모던한 감성의 그 집은 부잣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학교 다닐 나이가 아직 되지 않은 재희와 나는 하루 종일 붙어 지냈다. 점심때가 되면 그 집 벨을 눌렀다. 재희 어머니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우리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 집은 부엌 한편에 4인용 식탁까지 갖추고 있었고 식탁의자에 앉아 재희 어머니가 꺼내주는 반찬에 밥을 먹었다. 단 맛이 강한 고기요리나 계란 프라이 같은 반찬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희와 같이 밥까지 먹으니 신이 나서 장난치고 웃으며 점심시간이 지나갔다.

그날도 아침부터 재희와 놀다가 점심때가 되어 당연한 듯 그 집을 방문했는데 여느 때와 달리 불쾌한 감정이 내 안으로 흘러들었다. 내가 남의 아이 밥까지 먹여야 해. 재희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신세한탄, 혹은 불만이 식탁 위에 날카롭게 토해져 놓였다. 재희 어머니의 옆모습은 경직되고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나 나를 향한 배척의 느낌은 밥보다도 빠르게 전달됐다. 나는 내가 있으면 안 되는 장소에 와 왔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재희가 항상 먼저 같이 가자고 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니기는 했으나

지금 같으면 재희 어머니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아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곳은 재희 집이 아니라 재희 어머니의 직장이다. 일하는 중 집주인 모르게 자기 딸을 불러 밥을 먹이려 한 것일 텐데 눈치 없이 같이 오는 딸의 친구. 나라는 존재가 아주머니를 얼마나 노심초사하게 했을지. 나쁜 사람이기보다는 재희 어머니를 이루고 있는 환경이 아주머니를 불편하게 했으리라. 불편한 감정은 표현되어야 했고 또 내가 더 이상 재희를 따라 그 집으로 밥을 먹으러 가면 안 됐다. 눈치 없는 아이가 알아들어야 했다.

나는 알아들었다. 재희어머니의 상황을 이해해서 알아들었다기보다는 내가 누군가에게 불편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들었다. 이 기억은 타인이 내게 다른 얼굴을 보일 수 있구나, 마음 놓고 있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게 된 최초의 사건 같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그 당시의 재희 어머니보다도 내 나이가 많아진 현재에서 이 기억이 뭐라고 붙들고 있을까. 어린아이를 혼자 집에 두고 다른 집 살림으로 돈을 벌어야 했던 젊은 엄마의 곤란함을 이해 못 할 것도 없으면서. 상처 입었다 울먹이는 자기중심적인 내 속 어린아이의 지독함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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