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라면 훌쩍훌쩍 울면서 읽는 책

함께 읽는 독서

by 북남북녀

어딘가에서 MBTI에 대해 듣고 온 소리가 엄마는 T라서 잘 안 울고 아빠는 F라서 잘 울어. 나도 F라서 잘 울고라고 나와 남편에 대해 평하기도 하는데

슬픈 영화를 볼 때 내가 눈을 끔뻑끔뻑한다면 남편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린다. 다 큰 성인이 촉촉해진 눈으로 슬퍼 말하며 눈물을 훔친다. 부부 싸움을 하다가 먼저 눈물을 흘리는 이도 남편. 나는 더 독한 눈빛으로 남편을 쏘아본다(어쩌라고 대체?)

소리의 말처럼 남편이 F고 내가 T라면 F인 남편이 눈물로 감정을 표현한다면 T인 나는 생성된 감정을 몸속에 담는다. 자잘한 감정들이 넘치거나 하나의 감정이 강력할 때 변화를 일으킨다. 행동이 아니라면 말이라도 말이 아니면 생각이라도

F의 눈물은 해소다. 흘러내리고 정화되어 사라진다. 슬픔으로 눈물을 흘린 후 말간 얼굴로 맛있게 밥을 먹는 F 눈물은 흘리지 않으나 목이 메어 밥을 먹을 수 없는 T

우리 집은 T로 추정되는 나와 나도(잘 안 우는) F로 추정되는 남편과 소리(잘 우는)로 구성되는데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F인 남편과 소리는 눈물을 보였다. 잎싹이 죽었어,라고 다소 건조한 반응을 보이는 나도. 세 사람의 말을 들으며 그래 그렇군 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나. 소리가 <마당을 나온 암탉> 독서기록을 작성하여 담임선생님께 제출했는데, 담임 선생님도 F라서 훌쩍훌쩍 울면서 읽은 책이라는 코멘트가 푸른 볼펜으로 작성되었다. F는 모두 울리는 책이구나, 나는 또 고개를 끄덕끄덕




열두 살 소리의 <마당을 나온 암탉> 독서기록

잎싹은 마당에 있다가 쓰레기장 같은 데에 버려졌고 청둥오리가 잎싹에 목숨을 살려줬지만 헛간에는 딱 하루만 잘 수 있어 하루 만에 잎싹이 나왔다. 잘 때도 없고 막 돌아다녔는데 풀 속에 알이 있었다. 그래서 정성껏 품다가 청둥오리가 죽은 걸 알고 잎싹은 절망했다. 하지만 알이 부화하고 병아리들은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5마리가 병아리고 1마리가 오리라 다른 오리들이 다 넘겨주라고 했다. 하지만 잎싹은 안 줬다. 5마리는 이제 닭이 됐고 오리도 다 컸다. 청둥오리를 닮아서 오리한테 초록머리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하지만 5마리 닭들은 족제비한테 죽고 초록머리는 독립을 하였다. 잎싹은 초록머리를 위해 희생을 선택했다. 이 내용이 너무 감동스럽고, 아빠랑 이 책을 봤는데 아빠랑 나는 F라 울 뻔했다.(실제로 울었는데 부끄러운지 울 뻔했다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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