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그 후
면접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이 줄줄 흘러 검은색 정장바지를 두고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탄탄한 나일론 재질의 검은 카라원피스. 흰색 운동화를 신고 한 손에 우산을 들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정류장 의자에 푸른 계열의 잔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앉아 있다. 네이비색 나일론 티셔츠에 검은 반바지 입은 중년 여성이 의자 옆에 서있다. 우산을 접고 가림막이 있는 안쪽으로 들어선다. 평일 오전 비 오는 정류장에서는 무표정한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린다.
금요일 저녁 여섯 시쯤(정확히 여섯 시 사분에) 면접 본 어린이집에서 25년을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오전 4시간만 원하고 원은 종일반으로 전환이 가능한 사람을 구하고 있어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다.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내니 필요한 서류를 알려주고 월요일에 출근하라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공무원채용신체검사서에 잠복결핵검사. 조금 더 저렴하다는 병원까지 친절하게 명시되어 있다.
미역국에 계란프라이로 아이들 아침밥을 차려준 후 남편과 병원을 찾았다. 어린이집에서 추천해 준 병원이다. 병원 검진센터는 토요일 오전이라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시 사회생활 하려니 이런 것도 해야 하네, 남편과 웃으며 이야기한 후 접수를 한다. 신체계측을 시작으로 시력검사 영상실을 거쳐 혈액검사로 한 시간쯤 소요되는 검사를 마무리한다. 카드를 꺼내 검사비용 9만 원을 결재한다.
병원을 나온 후 핸드폰 대리점으로 향한다. 일을 시작하면 일주일에 두 번은 아이가 나보다 먼저 집에 도착한다. 연락할 일이 생길 수도 있어 아이 핸드폰을 구매하여 개통한다. 청바지를 주로 입는 편이라 쇼핑몰에 들려 출근용 슬랙스도 두 장 구매한다. 베이지색 슬랙스에 검은색 반팔셔츠를 월요일에 입을 계획이다. 용모단정이라는 원장의 말을 떠올리며 머리도 자르기로 한다. 면접 볼 때는 괜찮은데 일할 때는 핀을 꽂아야겠는데요,라고 원장이 말했었다.
냉동실에 있던 돼지고기를 구워 아이들과 점심을 먹은 후 미용실을 가기 위해 혼자서 밖으로 나온다. 다니던 미용실은 예약이 모두 차 있어 오후 시간으로 새로운 곳에 급하게 예약을 잡았다. 어깨에 닿는 머리카락을 짧게 쳐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해가 넘어간다. 월요일에 집에 돌아오면 ‘집’이라는 단어를 쳐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내라고 아이에게 설명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바위에서 하루살이가 나오는데 한 마리 두 마리에서 무더기로 변하는 것을 바라보며 부채로 쳐내다가 잠이 깼다. 긴장을 한 건가, 몸이 찌뿌듯하다.
남편의 돌솥계란찜으로 일요일 아침을 시작한다. 아빠표 계란찜에 엄지척을 들어 올리며 아이들은 만족감을 표현한다. 보육교사 자격증 스캔, 통장사본다운, 범죄경력회보서 발급시스템에서 범죄 조회를 끝으로 제출 서류 작업을 마무리한다. 월요일 출근 전에 메일로 보내려고 바탕화면에 띄어놓고 노트북을 닫았다.
저녁 준비를 하며 핸드폰을 여는데 부재중 전화번호가 찍혀 있다. 모르는 번호인데 검색하려는 순간 메시지가 도착한다. 입소확정 중인 아이가 많이 아파 부모로부터 입소가 불확실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원 계획이 변경되어 채용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연락이다. 하하 웃으며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여준다. 이런 일도 있네, 괜히 주말에 바빴어. 아이들은 다른 곳에서 일하라 하고 나는 그래야지, 대답한다. 새 옷만 생겼네. 슬랙스 세 개나 샀는데(한 개는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메시지를 보낸다. 너무너무 죄송하다는 원장의 답장에 느긋하게 구하는 중이라고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시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야호! 내일 출근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