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by 북남북녀

거칠게 쏟아지는 비. 나뭇잎이 떨어진 바닥이 젖고 먹구름이 낮게 내려앉는다. 서연이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창가로 향한다. 투명한 창으로 주르륵 흐르는 비. 전화를 걸어볼까 핸드폰을 들었다가 조금 기다리기로 한다. 열두 살이라는 나이는 조심스럽다. 유아처럼 대하다가는 서연이의 불만 어린 표정을 볼 수도 있다. 엄마, 내가 애가 아니잖아. 친구랑 얘기할 수도 있지. 벨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 얼른 소파에 앉는다. 불안하게 쥐고 있던 핸드폰을 테이블에 놓고 책을 펼친다.

왔어?

엄마, 예슬이가 우산이 없다고 해서 내 우산 쓰고 예슬이 집 앞까지 갔거든.


후드 사이로 길게 빠져나온 머리. 회색 티셔츠에 검은 반바지 차림의 서연이의 볼이 붉게 상기되어 있다.

오늘 수업 시간에 받은 초콜릿을 하은이가 예슬이에게 달라고 했어. 예슬이가 싫다고 했는데도 계속. 나는 초콜릿 안 좋아하니까 내 거 그냥 하은이 줬거든. 근데 하은이가 예슬이한테 먹는 것도 달라 그러고 돈도 달라고 계속 그런데. 예슬이가 절교하자고 하면 뒤에서 다른 아이들한테 욕 하고 다니고.

가방부터 벗어 손 씻고.

가방을 벗고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면서도 서연이는 말을 중단하지 않는다. 예슬이가 그러는데 하은이는 착한 아이한테 친한 척 굴면서 삥 뜯는데. 저번에는 시율이한테 그랬고. 그래서 내가 방법은 한 가지라고 말해줬어. 손을 씻고 나온 서연이의 눈에 힘이 들어간다. 엄마한테 말하는 거다. 저번에 엄마가 하은이한테 전화하고 나서 나한테는 안 그러거든.

시우가 아빠와 놀이터로 나간 저녁, 서연이가 책 읽는 내 옆에 누워 엄마 하은이가 꾸지도 않은 천 원이 있다고 말하더니 삼 천 원으로 갚으래, 어떻게 해야 해 물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천 원 빌린 적 있어, 다시 서연이에게 묻는다. 당연히 없지, 내가 왜 돈을 빌려. 이건 엄마가 하은이와 통화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지 묻고 서연이 핸드폰에서 하은이 번호를 누른다. 신호음이 두세 번 들렸을 때 하은이가 전화를 받는다.

하은이니, 서연이 엄마야.

밖인지 다른 아이의 목소리가 섞여 들려오기도 했으나 하은이는 통화가 괜찮다고 대답한다. 서연이가 돈을 빌렸는지 묻자 하은이는 장난이었다, 대답한다. 나무라는 소리로 들리지는 않게 목소리 톤을 조절하고 장난이라도 친구끼리 돈 달라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 후 전화를 끊는다. 장난이라는 말에 안심했는지 서연이는 내 옆에서 곧 잠이 들었다.


장난이라는 하은이의 말을 서연이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리라. 장난이구나, 하은이는 나와 성격이 다르구나. 예슬이의 말을 통해 하은이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서연이의 볼을 붉게 물들이고 목소리를 날카롭게 한다. 분노가 깃든 서연이의 흥분이 나에게도 전달된다.

머릿속에 드는 여러 생각을 내보내며 하은이는 왜 그럴까, 혼잣말하듯 묻는다.

내 생각인데 엄마, 하은이 엄마가 하은이 교육을 안 하는 거 같아. 엄마가 나와 시우한테 단호하게 말할 때가 있잖아. 하은이 엄마도 하은이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해야 해.

전화를 해서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것도 엄마. 아이의 나쁜 행동을 막아서야 하는 것도 엄마, 엄마다.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순간 나는 막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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