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육아 중입니다만
연휴가 끝나는 금요일 아침 백팩에 점심약, 기저귀, 물티슈, 간식거리, 애착인형을 챙기고 한 손으로는 낮잠이불을 들고 유니와 함께 택시를 타고 집 앞에 내려 현관으로 들어섰다. 마른 체형의 유니는 실핏줄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피부에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현관에서 나를 올려다봤다.
폐렴진단을 받고 집에서 쉬다가 등원한 지 이틀 만에 39도가 넘어가는 아이의 고열을 경험한 동생은 심장이 철렁했고(반복되는 감기에 등원을 말리지 않던 의사도 연속되는 고열에 어린이집을 일주일 쉬기를 권유했다) 휴직을 결정했다. 돌을 넘긴 유니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복직한 지 8개월 만이다. 휴직은 결정했으나 휴직 들어가기 전 열흘의 기간을 고열에 대한 염려로 우리 집에 보내기로 했다.
오전 산책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유니의 눈꺼풀이 무겁다. 낮잠 이불을 거실에 펴자 분홍토끼 인형을 한쪽 팔에 끼고 공갈젖꼭지를 물고서 이불 위에 엎드려 한쪽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눈을 감는다. 유니를 보겠다고 소리 친구인 아영이 까지 와 있었고 소리, 아영이, 나도 꽤 산만한 분위기였는데(나도는 유니의 행동이 귀엽다며 카메라까지 들었다.) 유니는 눈을 꼭 감고 공갈젖꼭지를 쪽쪽 빨며 잠을 청한다.
잠이 그득하면서도 눕지 않으려 해 소리와 나도를 키울 때는 애먹었는데 이런 아기도 있네, 유니의 행동에 감탄이 나온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동생에게 들었는데 순한 기질이네, 싶었다.
다음날부터는 유니가 눕지 않으려 해 졸린 아이를 침대로 오게 하기 위해 책이나 영상이 필요해졌다. 낮잠뿐 아니라 기저귀 갈자 하면 가만히 서있거나 내게로 와 역시 유니는 순하네, 했는데 이 삼일이 지나자 기저귀 갈자 하면 손을 흔들며 아니,라고 거부의 손짓을 한다. 서로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기회를 틈타 행동하고 있다.
첫날과는 다르게 유니의 거부가 늘어가네 왜 그러지 했는데, 동생이 퇴근하고 와 유니에게 기저귀 갈자 하니 유니는 내게 했던 거부의 손짓도 보이지 않는다. 장난감 카트에 인형을 집어넣거나 의자 위에 올라가 책상 위 물건을 던지거나 하며 자기 할 일에 충실하다. 엄마 말은 들리지 않는 듯 행동하면서도 엄마라는 존재의 배경에 힘입어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다.
두 아이를 키울 때는 정신이 없어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조카 육아를 하다 보니 엄마라는 존재가 아이에게 남다르다는 것을 알겠다. 엄마(주양육자)의 존재만으로도 아이는 위험한 곳을 탐험할 용기를 내고 자신 있게 거부의 몸짓을 하며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한다.
이러한 아이의 행동들로 엄마는 쟤가 왜 저래, 왜 저리 말을 안 들어 목소리가 올라가겠으나 아이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애착관계에서 나오는 지극히 편안한 행동들이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엄마는 아이에게 만만한 존재다.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곳에서 아이가 성장할 때 그림자는 옅어지겠구나, 잘 훈련된 개와 아이는 다르구나. 동생이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유니의 눈빛과 행동을 보며 생각한다.
엄마와 헤어지며
헤어질 걸 알아도 헤어지는 건 힘들지
돌아올 걸 알아도 눈물은 나오고
앙! 울고 싶지 않은데
쪽쪽이가 바닥으로 떨어지네
엄마가 보고 있지 않을 때 아이는 엄마에게 안녕이라고 손을 흔든다. 엄마 이따가 올게, 돌아서니 아이는 가만히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앙 하고 울음을 터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