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얘 너 어디 갔다 와. 손을 내저으며 웃음 터지는 중년 여성의 웃음소리가 맑다. 배가 아프다고 수목원 초입 의자에 앉은 아이 옆에 나는 앉아 있다. 화기애애한 중년 여성들과 길게 늘어지는 하얀 치마 입은 여자 친구를 사진 찍는 젊은 남성. 선남선녀네. 예전 어르신들의 젊은 사람에 대한 감탄의 말이 내 입 주변에서 맴돈다. 푸른 하늘 밑 떨어지는 나뭇잎과 투명한 햇살 속 싱그러운 연인
다른 가족 구성원들(엄마, 언니들, 형부들, 동생 부부, 남편)과 꼬맹이 두 명(두 살, 여덟 살)은 산책길에 나섰는데 열두 살과 열여덟 살, 20대 두 명은 벤치에 앉아 다른 구성원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열두 살은 배가 아프고 젊은 세 명은 굳이 산책까지 나서고 싶지 않다. 맑은 하늘 아래 핸드폰을 열어 게임에 집중한다. 가만히 앉아 있는 열두 살에게 시나 한 번 지어볼까 물으니 주변을 잠깐 바라보다가 대답하는 말이 그저 그렇다. 솔직 담백한데? 감상평을 말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주말여행 끝 숙소에서 나와 좋은 날씨가 아까워 즉흥적으로 들르게 된 수목원에는 사람이 많다. 갈퀴 모양의 바짝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을 구경하러 밖으로 나온 사람이 많구나, 놀란다.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연인을 볼 때면 선남선녀네 말하던 예전 어르신들의 말이 내 입에서 맴돌듯 아름답네,라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도 나오려고 한다. 둘씩, 셋씩, 넷씩 걷는 사람의 무리가, 먼지 없는 가을 날씨가, 바닥에 떨어진 잎이, 내 옆에 앉아 핸드폰에 집중하는 아이들까지도. 이 순간의 아름다움이 가만히 앉아 있는 내 눈 속에 찾아든다.
아름답구나, 아름다운 거였구나. 그저 그렇다,는 열두 살 시기도 밖을 내다보기보다는 자신 안의 것에 집중하여 들끓는 시기도 나는 지나왔다.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저들은 모르는데 그 시절을 지나온 나는 알아본다.
나이 든다는 건 비늘이 벗겨지듯 자신에 대한 도취를 벗어내고 밖의 아름다움이 찾아드는 시기인건가. 자신 외에 또 다른 세상을 알아가라는 선물 같은 시간. 눈부신 세상은 여기 이렇듯 있었는데. 적당히 차가운 바람이 피부에 닿는다.
가을 행복
가을 햇볕은 내려앉고
빨래는 말라 간다
네가 오는 모습을 보기 위해
내 눈은 밖을 향한다
밖을 향하게 하는 무언가를 가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