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천국이었던가요

쪽지 접는 새벽

by 북남북녀
나라에 역병이 도는데 립스틱과 반창고를 가지고 고민하는 것은 엉뚱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토니 모리슨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떠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토니 모리슨의 <보이지 않는 잉크>를 읽으며 마주친 구절입니다.

지금은 온 세계에 역병이 도는 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먼 곳에 사는 친구가 농사지어 보내 준 동글동글한 감자를 깎고 동네 할머니가 텃밭에서 키워 가져다준 애호박 송송 썰어 된장국을 끓입니다.

옆 불에서는 커다란 주전자에 보리차 물이 펄펄 끓고 있습니다.

학교 가지 못하는 아이 컴퓨터로 진행되는 수업을 열어주고

메시지 창을 열어 친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인사까지 전하고 나니 오늘 할 일이 모두 끝난 듯합니다.

언제는 천국이었던가요. 그냥저냥 살고 있습니다. 불가마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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