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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정답이다.

퇴직녀의 행글림

by Jung히다

사랑이 정답이라고?

"Love is..." 5


39년 6개월 다니던 직장을 정년으로 퇴직하고 이삿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1982~1983년이라고 쓰여있는 조그만 파일 집에서
색 바랜 신문스크랩 만화 '킴 카잘리'의 "Love is..." 시리즈들이 쏟아져 내린다.
한 때 멋졌던 그이가 글로 쓰기엔 그랬는지
킴 카잘리의 그림으로 자기 마음을 대신하여 엽서에 붙여 보냈던 것이다.


Love is..


1. fragile?(깨지기 쉬운 거)
조심하라는 경고장!
나한테? 아님, 자신한테?

깨지기쉬운것.jpg

다행히 쉽게 깨버리지 않았다.
사랑했나 보다.



2. putting him in a spin.(그를 핑핑 돌게 하는 거)
그땐 그랬던 것 같다.

그가 정신을 못 차리고 돌아버렸던 것 같다.
"평생 사랑으로 갚아 나가겠으니 결혼해요. 우리"라고 했다.

그 말이 좋아 결혼했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뻔한 거짓말을 못 알아들은 내가 핑핑 돌았던 것 같다.
Love is putting her in a spin.

빙글빙글돌게하는 것.jpg



3. what exercises your emotions(당신의 감정을 훈련시키는 것)

그건 정확하게 맞는 이야기였다.
하나, 3명이 힘든 것보다 나 하나가 힘든 게 좋다고 늘 내 감정을 다독였으니까.
하나, "Love is 그래야 하는 거"라고 엄마가 귀 따갑도록 알려줬으니까.

그런데 훈련된 건 그가 아니라 '나'였다.

나만 사랑이었나 보다.

[꾸미기]감정을 훈련시키는 것.jpg



4. sometimes saying nothing(때로는 아무 말이 필요 없는 거)
그건 아닌 것 같다.
때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그이는 곧잘 그랬다.
"왜~ 화났나?"
"왜~ 마음에 안 드나?"라며 왜를 연발했다.
그래서 "Love is 친절하리만큼 표현을 자주 해주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말도 필요없는 것.jpg



5. your daily tonic(매일 챙겨주는 당신의 강장제)
매일은 좀 번거로워 부담스럽지만
암튼 tonic은 맞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난 어느 날부터 나는 알게 되었다.
힘들고 지칠 때 챙겨주는 이는 그이뿐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그를 산소아찌라고 부른다.
"산소아찌 is my daily tonic"

매일챙겨주는 강장제.jpg



'헤. 헤'
퇴직하고 나서야
비로소 생활의 모든 게 ' love is'였다는 것을 알았다.

"Love is the answer."
그렇다.
삶의 모든 것에는 "사랑이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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