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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히다 Dec 14. 2022

그래 그냥 그렇게 사는 거야

가족 에피소드 가족이 그런 거야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침의 고요를 빼앗긴 지 2시간!

음악이 흐르는 아침을 보내고 싶었지만

모처럼 쉬는 아들이 정신없이 불러 댄다.

"엄마` 나 간다~"

"갔다 올게~"

"엄마, 나 갔다 올~게"

쿠쿠밥솥이 밥이 완성되기까지 과정 과정마다 친절하게 안내하듯 지나치게 자신의 부재를 알린다.

대답을 안 하기로 했다.


우리 집에는 지나치게 친절한 안내를 하는 쿠쿠밥솥이 여럿 있다.

전자음으로 안내하는 생명줄에 가까운 진짜 밥솥 2개.

사람의 음성으로 구태어 반복 설명하며 지나치게 친절한 안내를 하는 인간 밥솥 둘.

인간 밥솥이 동시 가동하지는 않는다.

인간 밥솥 1이 작동되면 인간 밥솥 2는 침묵을 지키며 안내를 멈춘다.

그러나 인간 밥솥 1이 출타를 하면 그때 곧바로 작동이 시작된다.

단백질이 왜 중요하고,
나이 먹을수록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며,
또 운동은 왜 중요한 지.
보이는 대로 불편한 코칭을 반복한다.


"응, 알아."
" 안다고~"

"나도 잘하고 있다니."


그래도 인간 밥솥의 일방적 안내는 끝나지 않는다.

속으로 내뱉는다.
'빨리 장가 가.'

'빨리 장가가서 그녀한테 하라니'

'나는 너네 아빠 하나로 충분하다고'


와아~ 탁월한 유전자! 사실 이 녀석은 말이 없었다.

살갑게 딸 역할을 하던 둘째가 장가가고 내 생활에 웃음기가 사라지니

두 인간 밥솥이 서로들 그 역할에 사명감을 띠는 것 같다.

"아니 그만해!"
"그만하라고!"

전자밥솥은 스위치를 off 하면 안내음을 듣지 않아도 되는데

인간 밥솥은?! 쯪쯪


그들은 그렇게 집을 비웠다.

고요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자유시간이다.

4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이건 뭐지?

심심하기 시작이다.

분명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음악 듣고, 휴대폰하고 신날 줄 알았는데..

어~ 헝~

중독이다. 중독!
사람 중독.
복잡함 중독.

있을 땐 모른다. 없을 땐 티를 낸다.


오홍~ 산소였네.

맞다. 그들은 산소였고 쿠쿠밥솥이었다.
산소와 쿠쿠밥솥의 특장점은
1. 없어서는 안 돼
2. 생활 속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어. 

3. 친절한 안내는 구태어 챙기지 않아도 들을 수 있어. 그런데 가끔 도움이 돼.


그래 그냥 그렇게 사는 거야.

산소와 쿠쿠밥솥으로 옆에 두고 그렇게.


-  E Da 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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