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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히다 Jan 14. 2024

전 세 개로 전 세계를 주다

아들 둘인 엄마의 일상 걱정이 태산이지만 고민 안 할래

내겐 아직 장가를 안 간 30대 아들이 있다.

곧 갈 예정이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고단백에 균형 잡힌 아침식사를 챙기는 녀석이라 며늘 아가의 노고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굶든 먹든 내 알바 아니지만 알콩달콩 살기를 원하는 어미의 마음은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믿는 구석이 있어 한 편으로는 걱정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 이유는

아들에게 희귀한 유머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밥상은 미나리굴전 3장과 모닝샌드위치, 쇠고기미역국, 멸치 볶음, 귤과 키위를 차렸다.

아들 녀석이 오늘 식탁은 무슨 콘셉트인지 말해보라는 것이다.

"그냥!"

그냥이라는 콘셉트는 좀 그렇다고 반박한다.

"기초 5군에 기초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영양식!"

대답을 잘해야 하는데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 녀석이 따지기 시작한다.

"그럼, 기초 5군에 의거하여 오늘 아침식사의 영양분을 설명하시오!"

아니, 여기가 고등학교 교실도 아니고..

" 야~", 그러나 참아야 했다.

이런 말장난도 이제 한 달 후면 못할 텐데.

그렇다고 근거 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또 혼날 테고,

오냐, 것이 왔구나. 오늘은 정말 제대로 답해주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일단 메뉴별로 읊기 시작했다.

"첫 번째,  샌드위치에 넣은 달걀, 치즈, 햄, 카야쨈, 식빵 중 대표적인 달걀과 치즈만 설명할게

 달걀은 단백질과 지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해 완전식품으로 자양강장 식품으로 꼽혀.
 기억력 향상, 노화 개선 등의 효능뿐 아니라 최근 흰자에 있는 단백질 성분이 정신을 맑게 깨어있게 해 준대. 흰자 단백질은 초콜릿이나 비스킷 등 단 음식에 함유된 당질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오렉신의 분비를 촉발시켜서 식욕, 수면 장애에 도움을 준다고 하네.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 결과래.

그리고 다음백과 과학향기(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3XXXKSN5204)에서 가져왔는데 링크 보내줘?"

" 다음은 치즈."

"어머~니이~"

"그러면 미나리굴전의 굴?"

"음~바빠서 나머지 이야기는 밤 11시에 들을게요!"

"어~ 아직 4군이나 남았는데, 단백질 이야기밖에 안 했어"

녀석은 나를 피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안다. 알아. 아들이 근거 들추어 가며 따지기 좋아하는 화법 누구를 닮았겠는가?

잠시 후 휴대폰에 "카톡, 카톡"음이 울린다.
열어보니 주먹만한 주먹이 화면 가득 나타나더니 엄지가 척 세워진다.

뭐야~ 이건, 설명도 없이.

비꼬는 거야,

진심인 거야.

남편이면 따지고 들겠는데 아들이라 품격을 지키고자 궁금증을 묻어 두고, 그냥 좋은 쪽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피신했던 아들 녀석이 나오더니 동정을 살핀다.

"엄~머니, 어머니?"

"왜?" 퉁명한 내 대답에 살짝 미소 지은 얼굴로 꾸벅 인사를 하며

 "감사드립니다"

"뭘?"

"아침 밥상으로 전 세계를 주셔서"

"뭔 소리야?"

"아침밥상에 전 세계를 갖으라고 전 세 개를 차려주셔서!"

"음, 그~래. 전 세계를 가져봐"
ㅋ.ㅋ

ㅎ.ㅎ


2009년 8월 3쇄 발행되었던 자기 계발 도서 "아침에 일어나 행복에게 안부를 묻는다"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을 쓴 저자는 그 책으로 아침마다 행복에게 안부를 물어야 했다.

불행해 보이거나 슬픈 표정, 열정이 식은 모습으로 생활을 하는 듯하면 아들들한테 질문이 쏟아진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행복에게 안부를 물었어요? 안 물었어요?"

그렇게 행복한 시달림을 받으며 2021년에 한 아들을 보내고 빈둥지 증후군에 잠깐 힘들어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한 달 뒤면 또다시 빈둥지 증후군을 경험할 각오를 해야 한다.

즐기자. 즐겨. 아들 둘을 보냈다는 즐거움으로 환승해야 아침마다 행복에게 안부를 물을 있는 거다.

아들 녀석이 아침으로 전 세 개를 먹고 전 세계를 꿈꾸는  그런 희귀한 유머를 발상했듯이 나 또한 아침부터 행복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도와준 아들 녀석과의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을 전 세계적으로 누리며 살기로 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또한 매일 아침 행복에게 안부를 묻는 해피어가 되길 기원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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